아베-푸틴, 26일 모스크바서 정상회담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이 정상회담을 위해 24일 출국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출국에 앞서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기자단에게 "북한 문제에 있어서 푸틴 대통령과 연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그간 푸틴 대통령과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위해서도 협력해왔다"며, 이번 러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핵문제, 미사일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되도록 앞으로도 확실히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번 러시아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으로 새 정권이 시작한 후 첫 정상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러일간) 평화조약이 진전될 수 있도록 푸틴 대통령과 흉금을 터넣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방 4도(러시아명 쿠릴4도)에서의 공동경제활동 및 원주민들의 성묘 등 인도적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평화조약 (혹은 평화협정)은 전쟁을 치르며 군사적으로 대립한 양측이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그러나 러일 양국은 러시아 쿠릴열도 남단의 이투루프, 쿠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4개 섬인 쿠릴 4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제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70년이 넘도록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쿠릴 4도는 종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이지만, 일본은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조약의 부재가 러시아와 일본이 아직도 전쟁상태라는 의미는 아니다. 2차 대전은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종식됐으며, 또 양국은 1956년 체결한 일소공동선언으로 전쟁 상태를 종결하고 국교를 회복했다. 사실상 평화조약과 같은 내용과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양국은 최근 들어 평화조약 체결에 부쩍 열심을 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16년 러시아경제협력담당상을 신설하기도 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에 주목한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2차 세계대전을 공식 종결하고, 이에 따른 관계 개선을 통해 에너지 수입처를 확보하고 러일 경협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일본은 러시아와의 관계 진전으로 중국과 러시아간 전략적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
러시아로서도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전략을 꾀할 수 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군사 개입으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은 양국간 무역 및 경협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일본이 보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간 영유권 분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으로 평화조약 체결에 대한 전망도 밝지는 않다. 쿠릴4도 중 최대 규모의 섬인 이투르프 섬은 오호츠크해와 태평양을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그 주변 해역에는 석유 및 가스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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