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운명의 일주일'…전면 나선 정의선 부회장

기사등록 2018/05/21 10:28:49

15일 미국행…글로벌 금융중심지 뉴욕찾아

임직원들, 찬성의결권 확보 총력…개미도 설득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 결정에 '촉각'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운명의 일주일'을 맞았다. 

그룹의 순환출자구조를 끊는 지배구조개편안의 진행 여부가 29일로 다가온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이 최근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으로 달려간데 이어 그룹 관계자들도 의결권 위임이 가능해진 지난 14일부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5일 미국으로 출국, 캘리포니아와 앨라배마에 거쳐 뉴욕을 찾았다.

구체적 일정과 동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현대모비스 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권사들이 반기를 든 시점에서 미국 뉴욕을 찾은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미국법인과 앨라배마 공장 등을 방문, 판매상황 등을 점검한 후 뉴욕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투자은행들과 블랙록 등 자산운영사들이 대부분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다. 현대차 지배구조개편안을 반대하고 있는 엘리엇 역시 뉴욕이 본사다.

현대차그룹은 14~18일 북미 지역에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뉴욕 현지에서 IR을 진행하는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주요 금융권 인사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뉴욕 방문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이례적으로 외신 인터뷰를 갖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엘리엇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또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회사 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것"이라며 "그룹사 중 이 역할을 주도할 할 곳이 모비스"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도 틈만 나면 금융투자사들이 모인 여의도를 방문하고, 이메일과 우편, 전화 등을 활용해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찬성을 권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에 이어 ISS 등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의 이점과 당위성 등을 설명하며 우호지분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의 움직임과 모비스 주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한 2대 주주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분할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23만3429원'으로 정해진 만큼 주가가 이를 밑돌게 되면 주주들이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기 위해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주가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적 주가 부양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30.17%(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다. 특수관계인 외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9.82%)이다. 외국인 지분은 48%, 국내 소액투자자는 12%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법상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수 3분의 1 참석과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29일 모비스 주총에 70%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46.7%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29일 주총의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22일께 열리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의 결정이 현대차그룹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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