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핫이슈]말레이시아, 61년만에 정권교체...마하티르 컴백

기사등록 2018/05/12 08:30:00

마하티르, 15년만에 총리직 다시 오르고 세계 최고령 국가수반 진기록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AP/뉴시스】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10일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 도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밤(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왕궁에서 술탄 무함마드 앞에서 7대 총리로 취임 선서를 마쳤다. 그는 곧 새 내각 구성에 착수한다. 2018.5.11
【서울=뉴시스】 말레이시아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마하티르 모하맛(93)이 지난 9일 열린 총선거에서 나집 라작 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그는 15년 만에 총리직에 다시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령 국가수반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마하티르 총리가 이끈 야권연합인 희망연대(PH)가 하원의석 222석 중 과반인 121석(54.5%)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나집 전 총리가 이끈 여당연합인 국민전선(BN)은 79석(35.6%)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시내 왕궁에서 술탄 무하마드 5세 국왕을 알현하고, 취임선서를 했다.

 1946년 창당된 UMNO는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후 집권당이 되어 61년간 말레이시아 총리를 배출해왔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연합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정권교체는 아니다. 마하티르 총리 역시 UMNO 소속으로 지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를 지냈기 때문이다. 그는 나집 전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알려져있다.

 그런 그가 정치적 제자와 날을 세우게 된 것은 나집 전 총리의 부패 스캔들 때문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나집 전 총리와 정권 수뇌부의 부패 의혹에 분노해 야권연합에 합류하고,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세웠다. 나집 전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을 통해 수조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승리를 선언하며, 정권교체 이후에도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나집 전 총리에 대해 정치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법치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한 마하티르 총리는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 1월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자리를 넘긴다는 약속을 한 후 총선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사실 마하티르 총리와 안와르 전 부총리는 과거 악연으로 엮인 사이다. 그는 1998년 8월 안와르 전 부총리가 부패를 저지르고 동성애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임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과거를 묻고 나집 전 총리를 전복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했다.

 술탄 국왕이 안와르 전 부총리의 사면에 동의한만큼 총리직 이양 절차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더스타 등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왕이 안와르에 대한 완전하고 즉각적인 사면에 동의했다"며 "우리는 안와르의 사면과 관련한 적절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는 완전 사면으로 즉각 석방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일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안와르 전 부총리에 대한 국왕 사면을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안와르 전 부총리가 사면 후 보궐선거에서 이기거나,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면 총리직을 이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