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북한의 막연함이 문제"...회의적 시선 보내

기사등록 2018/04/27 12:09:15

북한이 비핵화 준비돼 있다는 증거 보여야

2012년 윤일합의 실패 반복될까 우려 지적도

김정은 "헌심탄회·진지·솔직" 강조 우려 불식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평화의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8.04.27.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했지만,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지금까지 보여준 북한의 모습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대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때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기대하는 게 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 정권으로부터 나오는 대화 내용이 너무 막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막연함은 북한과의 화해를 위한 이전 시도에서 외교관들이 부딪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나올 핵심 이슈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오늘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우리는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고, 그런 길을 갈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길 바란다"며 "만약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지만, 이전의 경험에 비춰볼 때 그들이 그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 워싱턴DC 소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저먼마셜펀드의 로라 로젠버거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세부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 백악관에서 북한 정책 관련 일을 한 바 있다. 계획이나 상황이 좋아보여도 세부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로젠버거 연구원은 '윤일 합의(Leap Day Deal)'의 실패를 지적했다. '윤일 합의'는 지난 2012년 2월29일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것으로,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기로 동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합의를 깨고 그 해 4월 광명성호를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로젠버거 연구원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까봐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쪽은 평화를 선언하고 다른 한 쪽은 그렇지 않을 때, 동맹은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하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 까다로운 갈등 조정 절차다(it is a delicate balancing act)"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회담을 두 개(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개별적인 통로로 나눴고, 동맹국들은 공동 입장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외에 다음달 말 또는 오는 6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날 남북정상회담 시작 전 김 위원장이 했던 모두 발언을 보면 북한도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오늘 이 역사적 자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발표돼도 그게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좋은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사람들에게 낙심을 줄 수 있다"며 "평화와 번영의 북남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안 문제들,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퉁쳐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가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다"며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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