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계약 연장, 1개월 아니라 3개월이라며 억지
무상혜택 사라졌으니 돈 내라 주장
세입자들,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퇴실
이 회사는 한국지사가 제공했던 무상 서비스 등을 본사 계약과 다르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유료로 전환했다. 임대가 끝난 후에도 임대보증료를 2달이나 지나 돌려주는 등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TEC 한국지사는 강남, 여의도 등에 공유오피스를 열고 세입자를 모으고 있다.
공유 오피스란 빌딩 일부 또는 전부를 장기 임차한 뒤 소규모 공간으로 작게 나눠 월 또는 일 단위로 단기 임대하는 사무실을 말한다.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공유오피스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TEC는 전 세계 24개 도시에 90개 센터를 두고 있는 글로벌 업체다. 한국에서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2동(Two IFC), 삼성동 글라스타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3동(Three IFC)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임차인인 T회사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6년 3월 말까지 Two IFC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2년간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5개월간의 무상임차(rent free)기간과 20시간 회의실 무료 사용 등의 혜택을 제공받았다.
2016년 4월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자동연장 계약됨에 따라 올해 3월 31일까지 5개월간의 무상임차기간과 20시간 회의실 무료 사용 등으로 재계약이 이뤄졌다.
문제는 TEC가 올해 초 갑자기 "계약만료 시점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퇴실의사를 알리지 않았다"며 "자동 계약연장이 됐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또 그동안 제공했던 5개월간의 무상임차 기간과 20시간 회의실 무료 사용 등의 혜택 제공도 더 이상은 없다며 일방적 계약변경에 해당하는 공식 통보를 실시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추가로 임대료를 더 내라고 주장했다.
당초 TEC 한국지사는 최초 계약 시 퇴실을 원할 경우 1개월 전에만 통보 하면 된다며 구두로 해당 내용을 합의했다. 무상 제공 혜택 역시 재계약시에 자동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TEC 측은 당시 근무했던 직원이 퇴사해 구두 합의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T회사 대표 K씨는 "TEC 한국 지사가 구두와 이메일로 확인 해준 사실 등을 이야기했지만 서면 증거가 없다면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들었다"며 "설사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 됐다고 하더라도 최초계약서와 재계약서상에도 명시돼 있는 무상 혜택 조건이 없어지는 건 일방적인 계약 변경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TEC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하려해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TEC가 필요한 경우에만 본사 입장이라며 일방적 통보식의 이메일만 보내와 벽을 보고 혼자서 얘기하는 느낌이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심지어 TEC는 T회사에게 페인트비용과 카페트 청소비용 등의 원상복구 비용은 물론 계약 위약금을 내야한다며 임차보증금인 4600만원 보다 훨씬 큰 금액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TEC의 행위가 국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계약 내용이 변경되는 중대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재계약 만료일 3개월 전까지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다가 재계약시점이 지나자마자 자동 계약 연장을 통보한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사랑의 홍영호 변호사는 "본사의 계약서 뿐 아니라 본사를 대변하는 한국 지사가 쌍방 날인한 내용이나 구두로 합의한 내용 역시 법적 효력이 있다"며 "재계약서에 엄연히 명시돼 있는 내용을 부정하며 계약기간의 자동연장만을 주장하고 다른 조건들은 무시하는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한 계약변경사유가 있다면 계약만료 3개월 전에 미리 고지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 재계약이 이뤄진 이후에 일방적인 인상안을 강요하며 위약금을 요구한 것은 임대인의 횡포"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TEC는 가상오피스공간의 임대차 계약이 끝났지만 계약 종료와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갑질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0일 이내에 반환하는 것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우기며 보증금 반환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는 "계약만료일에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자 국내법규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미뤄오고 있는 것은 세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보증금 반환을 늦게 하면 그만큼 은행 이자 등 금융적인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공유 오피스 업체가 영어로 된 장문의 계약서를 무기 삼아 힘없는 세입자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소송 등 법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제 막 문을 연 스타트업이나 영세한 기업의 경우는 이러한 갑질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보증금을 날릴 위험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TEC 한국지사 관계자는 "T회사가 퇴사한 TEC 직원과 구두합의 했다고 하지만 이를 증빙할 방법이 없어 본사 계약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재계약이 자동 연장되기 전에 T회사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km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