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이번 '올리타'의 실패가 국산신약 26호로 이름을 올렸을 때 부터 이미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평가다.
올리타는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먼저 개발을 시작했지만 탄탄한 자본금을 갖춘 외국계 제약사에 밀려 뒤늦게 시장에 나왔다. 아스트라제나카의 '타그리소'는 임상 3상까지 완료해 이미 40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반면 올리타는 시판 후 임상3상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2016년 5월 국내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해 9월 한미약품이 기술이전한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의 권리를 반환했고, 최근에는 중국 파트너사 자이랩도 올리타의 권리를 반환했다. 엎친데 덮친 겪으로 기술이전 제약사가 권리를 잇따라 반환하면서 중국에 희망을 걸었던 한미약품은 올리타 임상3상을 포기했다.
한미약품은 임상 과정에서도 올리타 복용 환자가 중대한 피부 이상반응인 독성표피괴사용해(TEN)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올티타 임상3상에 참여할 환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보험급여를 받는 과정에서는 올리타가 임상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임상3상을 완료한 타그리소보다 먼저 보험급여를 받으면서 외국계 제약사와의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또 약가협상 과정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한미약품 올리타보다 3배나 높은 약가를 제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리타가 낮은 약가를 제시하면서, 고가약 비난을 받아왔던 타그리소는 이례적으로 3차례나 약가를 낮춰 협상 끝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사를 살펴보면 올리타와 같이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더이상 생산을 하지 않거나 생산액이 미미해 시장에서 사라진 약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제약산업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넘었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처음 출시한 것은 이로부터 80년이나 지난 후인 1999년이다. 첫 신약이 출시된 후 지난 18년간 내놓은 성적표는 초라하다. 자체 개발한 신약은 29개에 불과하다.
국산 신약 1호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는 판매 허가를 받은 1993년 이후 16년 만인 2009년 생산이 중단됐다.
슈도박신은 1995년 세계 최초 녹농균 예방백신으로 임상 3상 전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3상 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2010년 자진 철수했다.
동화약품이 8년간 43억원을 들여 개발해 2001년 허가받은 방사성 간암 치료제 '밀리칸주'는 2012년 시장에서 자진 철수 했다. 3상 임상시험 과정에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임상을 포기한 것이다.
건강보험급여 청구실적 상위 100대 의약품 가운데 국내 제약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청구액 비중도 절반도 안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건강보험급여 청구 상위 100대 의약품 중 국내 제약기업 제품의 청구액은 2012년 1조3037억원에서 2016년 1조150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국내 제약기업 제품의 청구액 비중 역시 같은기간 41.1%에서 34.4%로 낮아졌다.
건강보험급여 청구 상위 100대 품목에 국내개발 신약은 2개에 불과했으며 청구액(489억원) 비중도 1%에 불과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체 국내 의약품 생산액 가운데 토종 신약 생산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도 채 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의약품 생산액 18조8061억원 가운데 토종 신약 생산액은 1677억원으로 0.9%에 불과하다.
이 처럼 국내개발 신약이 실패하는 이유는 개발 속도가 늦어 이미 경쟁약물이 시판되고 있는 등 성숙한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국내 개발 신약은 비교적 늦게 개발돼 이미 성숙한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장벽으로 시장 진입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며 "이는 내수 시장에서의 임상데이터나 사용 경험 부족으로 이어져 글로벌 진출 역시 늦어지 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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