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접고 리본공작소에 '출근 도장' 찍는 주부
"정권 바뀌었으니 다 끝난 것 아니냐 얘기 힘들어"
"문제 그대로…국민들 관심만이 숙제 풀 수 있어"
수능 직후 사건 되돌아보고 활동 나선 대학생도
교내서 리본 나눠주고 유족에 포스트잇 캠페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당연…사회 발전의 시작"
광화문 리본공작소를 지키는 자원봉사자 해아(가명)씨가 그렇다. 해아씨는 서울 종로구 세월호 광장에 마련된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2016년 가을부터 시작해 햇수로 3년째다.
참사 당시 해아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사고가 나자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듬해 광장에 농성장이 마련되고 이후 리본공작소도 생겼다. 해아씨는 이곳에서 리본 만들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해아씨 삶에 자원봉사는 금세 큰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있던 몇 차례의 이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위치'였다.
"6시 퇴근 후 바로 달려와 자원봉사를 해야 했거든요. 회사를 옮길 때마다 광화문에서 가까운 곳을 먼저 찾았어요."
최근에는 잠시 일을 쉬고 리본공작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출근을 리본공작소로 하는 셈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일 12시간가량을 머문다.
최근에는 나비 모양의 세월호 배지 제작에 여념이 없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리본공작소 앞에 탁자와 의자를 꺼내놓는다. 세월호 광장을 거닐고 분향소에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그 자리에서, 글루건에 접착제를 묻혀 배지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4년의 흘렀지만 해아씨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최근 가기로 한 수학여행을 안 간다고 했어요. 세월호 형, 누나들 같은 사고를 당하면 어쩌냐는 걱정이었어요. 마음이 아팠고 '아직 세월호가 끝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해아씨는 세월호를 더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한다. 해아씨는 "최근 '태극기 부대'의 욕설보다 더 듣기 힘든 말이 있다"고 했다. 천막 근처를 지나가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세월호도 끝난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해아씨는 생각이 다르다. 해아씨는 "정권은 바뀌었지만 문제는 그대로"라며 "국민이 함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을 촛불로 밀어냈잖아요. 이 세월호 참사를 푸는 숙제도 결국 국민들의 관심만이 방법이에요."
"고 3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어요." 김씨는 입시로 지쳐있을 때였고 자신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김씨에게 세월호가 다시 찾아온 것은 수능이 끝난 직후였다.
"그냥 문득 기억이 났어요."
그때가 시작이었다. 사고 당시부터 이후까지 보도된 수많은 뉴스를 찾아보고 읽었다. 김씨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란 걸 알았다"라며 "무엇보다 아무도 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대학에 입학했고, 세월호 관련한 활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임인 '기억과 약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4주기를 맞아서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에게 리본을 나눠주고 포스트잇에 유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쓰는 캠페인도 벌였다.
김씨는 4년의 세월에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아직까지 되고 있지 않아요. 정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예요. 진행된 건 아무것도 없죠."
김씨는 "세월호로 인해 발견된 우리 사회의 문제가 여전히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이런 대형 참사를 통해 부족한 것,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가야 해요. 그 시작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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