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인력과 자원 투입 필요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2. 중견 건설사 B사는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돈을 벌기 위해 가는 사람들인데, 근무시간이 끝나면 숙소 안에서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키로 하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합의됨에 따라 가시화 됐다.
통상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5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토·일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휴일근로를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인 것이 현실이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토요일과 일요일도 최대 근로시간에 포함돼 근무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는 이달 한 달간 근로시간 단축 시범조직을 선정해 운영하고, 오는 7월 개정안 시행 시 제도개선사항을 반영해 시스템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다른 건설사도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기 전까지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이미 최근의 일·가정 양립 중시 분위기에 발맞춰 자체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인 곳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건설 현장의 열악한 근무여건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건설사들은 이번 결정으로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특히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문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계약서상 약속한 기간 내 공사를 끝마치기가 어렵게 된다. 추가 인력과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결국 인건비와 임차료,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건설업 특성상 계절적 요인이나 기후 등에 따른 리스크가 늘 있다는 점에서 근무시간 단축이 달갑지 않다.
현장인력 충원이 제한적인 해외 시장은 더욱 공사 관리가 어렵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파견인력은 단순히 인건비만 감안할 것이 아니라 휴가비, 파견비 등의 비용도 추가가 되는 데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사의 경우 본사 직원들의 경우 이미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 상황이라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경우 특수 공정이나 공사 현장이 오지에 있는 상황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가 쉽지 않다며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이후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최근 저유가 사태가 지속되면서 해외에서 돈벌이가 되는 플랜트 공사 등은 일감이 뚝 끊겼다.
가뜩이나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감질나게 나오는 수주물량들도 중국, 유럽 등 경쟁 업체들과 힘겨루기를 통해 쟁취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감이 뚝 끊기면서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중국보다도 유럽 업체가 더 힘들다. 최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만한 가격이면 한국보다 유럽 업체를 쓰자'는 식의 선택도 나오고 있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철 한국주택협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건설은 1~2월이나 장마철에는 일을 하지 않을 때가 많고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특정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특성상 특정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52시간이 되면 그걸 인정해주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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