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는 7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USKI)의 예산지원을 조건으로 구재회 USKI 소장의 교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차원에서 제기돼 온 USKI에 대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소가 구 소장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청와대와 여권 일부 인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USKI를 이끌어 온 구 소장 등 미국 내 보수인맥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USKI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하는 곳은 국무조정실 산하 기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다. KIEP는 다시 경제인문사회연구소의 관리감독을 받는 구조로 대미(對美) 공공외교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미연구소(USKI)는 매년 우리 정부로부터 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실적과 재정이 불투명하고 그 책임자가 12년째 장기집권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게 국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USKI가 억지로 제출한 사업 내역보고서도 1~2페이지짜리로 매우 불성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안다"면서 "1년에 20억씩 투입된 기관에서 제출하는 보고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소 운영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개혁하려는 주체는 국회"라며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2014년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금융감독원장)이었고, 이어 20대 국회에서 정무위 간사를 맡았던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해 8월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2018년 3월31일까지 불투명한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20억원 예산지원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USKI 소장 교체 과정에서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선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사회연구회는 청와대 정책실 차원에서 당연히 살펴봐야 하는 기관"이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통상문제를 다루는 기구로 장 실장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미연구소 문제는 근본적으로 청와대 정책실의 업무영역이기도 하고, 김기식 현 금융감독원장의 의원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홍 행정관이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점검해 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홍 행정관은 그 내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연의 작용일 뿐 본인이 적극 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구 소장 교체 문제를 거론하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며 "한국 정부에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홍 행정관에 따르면 갈루치 이사장이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고 한다"며 "국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고 이 문제가 오래됐으니 성실히 임해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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