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2017년 재무제표서 손상차손 규모 커져
라오스거래소, 작년 18억 적자 등 6년간 적자 행진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한국거래소가 MB정부 시절 개설한 라오스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과 캄보디아 거래소가 적자에 허덕이며 지난해 142억을 대거 손실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래소는 해마다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해 142억원을 관계기업 손상차손(손실)으로 처리했다. 세부적으로 라오스증권거래소(LSX)에서 50억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증권거래소(RSE)에서 44억원,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에서 49억원을 손상 차손으로 인식했다. 손상 차손은 장기적인 손실로 회수가능가액이 취득원가에 미달할 것으로 판단될 때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거래소는 MB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라오스정부와 함께 라오스증권거래소를 개설했다. 라오스거래소는 한국형 증권시장 모델 수출 사업의 일환으로 라오스거래소 지분 49%를 확보했고, 51%는 라오스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다.
이후 7년간 거래소는 라오스거래소에 151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라오스거래소는 지난해 18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첫 해부터 6년 동안 적자 행진을 끊지 못했다. 이에 거래소는 2014년 처음으로 출자금 29억원을 손실로 처리한 후 매년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다. 이후 재무제표상 2015년 25억원, 2016년 15억원을 손실 처리했고, 지난해에는 예년 수준의 두 배를 웃도는 5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라오스증권거래소의 장부가액은 31억원으로 취득원가의 5분에 1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거래소는 라오스거래소의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2012년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후 해마다 자금 수혈을 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 5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올해 2월에도 이사회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에는 라오스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과 캄보디아 거래소의 손실도 상당부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한국거래소는 2011년 우즈베키스탄 국유자산위원회와 증권시장 IT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증권거래소(RSE)에 증시인프라 개선과 IT센터 건립 등 증시시스템 재구축 용역을 제공했다. 거래소는 그 대가로 RSE 지분 약 25%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누적 출자액은 65억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환 차손 등을 반영해 44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이로 인해 장부가는 취득원가의 3분의 1 수준인 21억원으로 낮아졌다. 다만 우즈베키스탄 거래소에서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라오스거래소와 달리 지난해 소폭이지만 191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2012년 4월 개설된 캄보디아증권거래소에는 지난해까지 10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손실로 회수가능가액이 취득원가에 미달할 것으로 판단, 지난해 49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거래소는 지난 2009년 3월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45%, 55%에 해당하는 현금과 현물을 출자해 2012년 해외합작투자거래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의 현물출자가 이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순이익이 급증하자 해외 거래소 3곳의 손실을 대거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거래소의 당기순이익은 715억원으로 전년(573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2015년 당기순이익(784억원)에 못미친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6년 만에 박스권을 탈출하고,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넘어 국내 증권사들이 10년 만에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증가폭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 사업에서 손실을 감추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해외거래소 사업에서 구조조정이 없는 한 적자는 계속될 것이다. 최소한 1년에 20~30억원씩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으로 사실상 돈 먹는 하마다. MB의 자원외교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적절한 가격에 매수자 있으면 팔거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보유해야 한다"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관련국에서 기업 상장을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인건비 부담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 특성상 당분간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한국식 시스템이 정착되고, 수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하는 금액은 해마다 4~5억원 수준으로 일부에 불과하다"며 "국내 증권거래소 역시 수익을 내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 것처럼 해외 거래소는 라오스나 우즈베키스탄 거래소도 한국식 매매·공시·청산결제·시장감시 등 IT시스템을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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