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청장 "내가 아니라 직원이 한 일"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스콧 프루이트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워싱턴에서 에너지 기업 로비스트 부부의 콘도를 헐값에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괜찮지 않다(not OK)"고 생각한다고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루이트 청장은 워싱턴에 있는 콘도를 로비스트인 스티븐 하트 부부에게서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하트 부부는 오클라호마 에너지 회사를 대신해 EPA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루이트 청장은 하트 부부의 콘도를 1박에 50달러로 계산해 임대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그가 하트 부부에게 지불한 금액은 6100달러(약 646만원)로, 이는 워싱턴 시내의 평균적인 콘도 임대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사실은 백악관 관리들을 화나게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프루이트 청장에게 "강하게 버티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거래를 괜찮아 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상황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더 깊이 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여러분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로비스트 콘도 헐값 임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루이트 청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현 정권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샌더스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프루이트 청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그가 규제 완화와 관련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는데, 우리는 이것(로비스트 콘도 헐값 임대)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발트해 3국 정상들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프루이트 청장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그가 훌륭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현재 프루이트 청장의 경질이 사실상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프루이트 청장은 샌더스 대변인의 언론브리핑이 있기 전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CNN은 그러나 그것은 사과가 아니었다고 일갈했다. 자신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EPA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프루이트 청장은 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한 게 아니다. 나의 직원이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서야 그것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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