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일부러 적게 뽑는 은행권…올라갈수록 유리천장 단단

기사등록 2018/04/05 08:48:20 최종수정 2018/04/05 08:56:57

여성 행원 평균 근속연수, 남성보다 4~8년 짧아
책임자→부지점장→지점장급 갈수록 여성 비율 줄어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은행권의 채용 비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채용단계에서부터 승진까지 성차별 구조는 여전한 것으로 지적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임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4~8년 정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가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으로, 남성이 평균 20년4개월 근무하는 반면 여성은 그 절반 수준인 11년8개월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대리·행원급 여성 비율은 46.5~69.3%로 남성과 대등했으나 책임자(차장·과장)급으로 올라가면서 34.8~46.1%로 소폭 감소했다. 부지점장급에선 11.5~21.1%로 급감했고 지점장급에선 채 10%에 미치지 못했다.

애초에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여성 직원의 인재 풀(Pool)이 적은 탓인지, 임원급에서 여성 비율은 한 자리 수가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남성 직원보다 여성 직원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많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은행 고위층의 여성 임원 부족 현상과 닿아있다"며 "사회 분위기상 '가장'이라고 인식되는 남성보다 여성이 은행을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남성 선호' 사내 문화는 채용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을 600점 만점에 467점으로 남성(419점)에 비해 월등히 높게 정해 여성을 더 떨어뜨렸던 것이 금융감독원 특별검사 결과 드러났다. 또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미리 짜뒀고, 실제로는 5.5대 1로 채용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 2015년 남성을 더 많이 뽑기 위해 서류 전형에서 남성 지원자 110여명의 점수를 올려준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실제 과거 채용 과정 면접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실제로 면접관들 사이에서도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려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육아 등 문제가 걸려 있다는 이유로 남성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 모범 규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활동에 성차별과 관련된 문제도 포함시켜 다루고 있다. 다음달 내로 확정된 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모범 규준이 실제 은행권 채용에 있어 어떻게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 모범 규준은 큰 틀에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어차피 세세한 사항들은 은행들이 각자 사정에 맞춰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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