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신호탄 쏜 현대차그룹…정의선 지배력 커질 듯

기사등록 2018/03/29 13:58:11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7일 오전 경기 용인 처인구 현대자동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1.17. ppljs@newsis.com
정 부회장, 글로비스지분 23.29% 매각해 모비스 매입
 11.72%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도 자금줄 역할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지배구조개편에 나섰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8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한 후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각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29일 현대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배구조 재편이 끝나면 현대차그룹의 최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0.79 : 0.21로 분할한 후,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글로비스와 합병, 모비스의 몸집을 작게, 글로비스를 크게 만든다.

 이후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각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에게 매각한다. 기아차, 글로비스, 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분할로 모비스의 몸집이 작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몽구 회장 부자가 기아·글로비스·제철로부터 사들일 23.3%의 모비스 지분 가치는 4조6000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매각으로 마련되는 2조6000억원(정의선 부회장 1조5000억원, 정몽구 부회장 1조1000억원 가량)을 동원할 예정이다. 부족한 자금은 지배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이나 자산을 처분해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계열사가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계열의 비상장사로 정의선 부회장이 11.72%, 정몽구 회장이 4.6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주주는 현대건설(38.62%),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차(9.35%). 모비스(9.35%)다.

 2001년 설립 후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현대엔지니어링은 한 때 장외에서 주당 1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 상장에 나설 경우 정몽구 회장 부자는 1조원 이상을 너끈히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30.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했을 뿐 현대차(2.3%), 기아차(1.7%) 등 주력회사 지분이 미미했던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끝나도 현대차그룹의 최대주주는 정몽구회장일 것"이라며 "정의선 부회장의 모비스 지분이 늘겠지만 승계절차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80세 고령인만큼 현대차그룹이 승계를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최대한 높이고, 추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준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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