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김지환·정지훈·이레·김수안, 이 어린 배우들을 어찌할꼬

기사등록 2018/03/29 11:36:35
【서울=뉴시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어떤 배우는 분위기를 책임진다. 다른 배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또 누군가는 가장 중요한 감정을 담당한다. 여느 성인 배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흔히 '아역'으로 불리는 어린 배우들이 최근 다양한 영화에서 책임진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올해 봄 극장가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초등학생 배우'다. 200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은 최근 개봉작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활약을 선보이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멜로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00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일등공신은 주연 배우인 손예진과 소지섭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두 배우의 활약 만으로 완성될 수 없었다. 영화가 그리는 로맨스에서는 남녀의 사랑 못지 않게 부자·모자 간 애정이 중요하다. 헤어져야만 하는 부부의 애틋한 사랑도 관객의 마음을 흔들지만, 결국 눈물을 쏟게 하는 건 다시는 볼 수 없는 엄마와 아들의 애달픈 마음이다.

 이 작품에서 아들 '지호'를 연기한 2009년생 김지환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데뷔한 신인이다. 러닝 타임 내내 베테랑인 손예진·소지섭과 이물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김지환은 이 작품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학예회 시퀀스에서 더욱 돋보이는 활약상을 드러낸다. 연기 내공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어린 배우들은 간혹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지환은 오히려 절제할 줄 아는 연기로 어른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서울=뉴시스】 영화 '덕구'

 다음 달 5일 개봉을 앞둔 이순재 주연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도 어린 배우의 활약이 눈부신 작품이다. 손주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이 작품은 '덕구 할배' 역의 이순재 못지 않게 손자 '덕구'를 연기한 2007년생 배우 정지훈의 비중이 크다.

이순재 원톱 영화이기도 하지만 이순재·정지훈 투톱 영화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정지훈은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온갖 생떼를 쓰며 달려들다가도 할아버지와의 이별에 눈물을 쏟아내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사실 정지훈은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장산범'(2017) 등 '덕구' 이전 6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어린이 배우다. 이순재는 정지훈을 두고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재능있는 배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7년의 밤'

 '신 스틸러'라는 말은 이제 성인 배우에게만 해당하는 용어가 아니다. 영화 '7년의 밤'에 출연한 2006년생 배우 이레를 보면 딱 그렇다. 김지환이나 정지훈에 비하면 이 작품에서 이레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레는 극 초반부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주요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얼굴을 각인한다.

특히 장동건과 부녀 호흡을 맞춘 이레는 성인 배우들도 힘들어한다는 공포에 질린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이레가 주목받은 건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2013)에서다. 당시에도 이레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고 아역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영화 '운동회'

 2006년생 김수안은 이제 모르는 관객이 없는 배우다. 2011년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해 출연한 영화만 스무 편에 가깝다. 필모그래피도 화려하다. 1000만 영화만 두 편이고(신과 함께 죄와 벌·부산행'), '군함도'(2017), '협녀, 칼의 기억'(2015), '제보자'(2014) 등 굵직한 작품에서 모습을 보였다.

영화계가 이 어린 배우를 찾는 이유는 하나다. 연기력이 그만큼 출중해서다. 22일 개봉한 영화 '운동회'에서도 김수안은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김진태 감독은 아예 이 배우에게 영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겼다. 김수안은 말괄량이 초등학생을, 도무지 연기로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들었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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