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자신의 비서 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법률대리인을 통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달했다.
전날 안 전 지사 측은 법원이 새로 심문기일을 잡자 출석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안 전 지사 법률대리인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지사는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에서 영장발부에 대한 자기방어를 포기한 것인데 법원이 서류심사로 대신할 수 없다고 하니 검찰, 법원 결정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는 오는 28일 오후 2시께 서울서부지법에서 곽형섭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전망이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는 검찰 측 의견과 안 전 지사 측 입장을 듣고 안 전 지사를 심문하게 되며, 심문 내용과 검찰의 수사 기록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르면 내일 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는 심문을 마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원이 지정한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안 전 지사가 돌연 마음을 바꿔 다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할 경우 검찰이 구인장을 집행해 법정에 데려올 지도 주목된다. 검찰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으면 서면심리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법원은 당초 전날 오후 2시께 열릴 예정이던 안 전 지사의 영장실질심사에 안 전 지사가 출석하지 않자 오는 28일로 다시 심문기일을 잡았다.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인영장도 새로 발부했다.
안 전 지사는 심사 1시간20분 전 "국민에게 그동안 보여줬던 실망감과 좌절감에 대한 참회의 뜻"이라며 서류심사로 대체해달라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었다. 검찰도 안 전 지사가 불출석하자 구인장을 법원에 반납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불출석 사유 등에 따라 서면심리로 대체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혀 서류심사로 대체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 전 지사 출석 없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미체포 피의자 심문기일은 피의자가 와야 하는 게 원칙"이라는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의 취지를 살린다는 것인데, 법원이 안 전 지사를 직접 심문하고 진술을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단 의미로 풀이된다"며 "소명 기회를 한번 더 얻은 만큼 변호인단이 안 전 지사를 설득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이던 김지은(33)씨는 지난 5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다음날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안 전 지사가 설립을 주도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도 "2015~2017년 사이 4차례 성추행과 3차례 성폭행 등을 당했다"며 안 전 지사를 지난 14일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관계자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안 전 지사를 두 차례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안 전 지사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강제추행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이 적용됐다. 다만 A씨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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