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가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물가를 올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상대국이 보복할 경우 농업과 제조업 등 미국 주요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열린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무역 보복 조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이례적으로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이 줄을 이었다.
에릭 폴슨 하원의원(공화·미네소타)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중국산 제품에도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폴슨 의원은 "우리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미국 가정과 소비자, 중소기업이 매일 소비하는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폴슨 의원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해당 산업에서 1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때 연관 제조·서비스업에서는 5개의 일자리가 손실된다는 한 분석기관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이 추가될 경우 손실되는 일자리가 18개로 확대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블루 컬러' 노동자들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압박했다.
재키 월러스키 하원의원(공화·인디애나)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농업과 제조업 타격을 우려했다.
월러스키 의원은 "북부 인디애나 지역에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집중돼 있다. 사우스 벤드에 있는 허니웰은 (중국에 수출하는) 보잉사 항공기에 들어가는 브레이크와 전자장비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애나에서 생산된 콩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옥수수, 콩, 유제품, 돼지고기, 쇠고기, 가금류, 토마토 등을 생산하는 농민들도 우려도 크다. 중국은 지금 두 가지(항공산업과 농업) 모두에 대해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NA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공화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 과정에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조항(ISDS)'에 5년의 일몰 조항을 설정하려고 한 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케빈 브래디(공화·텍사스) 하원의원과 데이비드 슈바이커트(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이 조항(ISDS)이 오히려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103명의 당원들이 서명한 성명을 통해 "ISDS 메커니즘을 폐기하려 한다면 NAFTA 개정안은 의회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무역 전쟁을 불러오기 위한 의도가 아니며, 적자 해소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8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가 계속되는 상태를 방치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지만 현 상태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은 그것에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점을 이해하고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 또는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현재 관세 면제 여부를 협상 중인 국가로 한국,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등을 거론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관세 면제가 된 것을 언급하면서, "한미가 무역협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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