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혼한 여성이 자녀에 대한 친권을 우선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 정보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법정 소송없이 이혼한 여성이 자녀에 대한 친권을 되찾을 수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혼한 부부가 자녀에 대한 친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해 어머니가 자녀에 대한 '관리(custodianship)'자격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새 규정을 공개했다.

CNN은 이번 조치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2030의 일환으로 지적하면서, 세계 최악의 여성인권으로 비판받아온 사우디에서 최근 여성운전 허용 등 인권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아라비야,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이혼한 여성이 지방법원에 신청만 하면 자녀들을 보살필 수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친권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동으로 남성에게 친권이 주어졌다. 따라서 여성이 자녀에 대한 친권을 가지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수년에 걸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셰이크 왈리드 알 사마니 법무장관은 법조계에 보낸 문건에서 "이혼한 어머니는 자녀들과 관련해 정부 기관, 학교, 육아, 자녀들의 여권(패스포트) 문제를 다룰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혼한 여성이 자녀와 함께 외국으로 나갈 경우 법원의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

제다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변호사 마제드 가룹은 아랍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장기간의 소송은 여성들에겐 힘든 일이고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며 "이제는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자녀에 대한 친권 우선권이 자동적으로 어머니에게 가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7년간 가정 폭력 문제에 대한 사우디 사회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투쟁해온 사미라 알감디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매일매일 원하던 일이 실현됐다"며 법무부의 조치에 대해 "놀랍다(amazing)"는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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