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대화 수락…"한국 역할 높이 평가"
정의용, 미국에 철강 관세 예외 요구하기도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대북 특별사절단 접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의용 실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조기 만남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듣고 "좋다, 만나겠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각각 이같이 소개하며 "수석특사인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실장이 문서 형태의 김 위원장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면서 "구두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밝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정 실장은 또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또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 미국으로 보낸 것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드리고, 앞으로도 한미간 완벽한 공조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북미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의 브리핑을 듣고 굉장히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만나겠다.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김 위원장의 만남 제안을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를 받아들인 이후 배석한 참모진들을 둘러보면서 "거봐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편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만난 참모진에게 철강관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의용 실장이 미국 고위급 각료회의에서 매티스 국방부 장관에게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25% 관세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했다"면서 "정 실장이 '오늘 상황을 봐라.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하냐.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고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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