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일본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자국을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할 방침이다.
9일 NHK 등 일본 언론에 의하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동맹국인 일본의 제품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관세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수입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관세부과 대상국이 됐다.
그러나 일본은 트럼프가 동맹국의 경우 유연하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밝힘에 따라, 자국은 협상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동맹국은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코 경제상이 '안보'에 대해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투기와 군함 제조에 사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부당하게 저렴한 가격에 수입돼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며 고율 관세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일본철강연맹은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철강제품 중 일본산은 5%에 그쳤으며, 이 마저도 철도레일 및 자원개발을 위한 파이프 등이 많아, 일본 제품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나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은 관세 적용을 제외 받는 대신, 다른 통상분야에서 시장개방 등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NHK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본의 경제 성장의 기본인 자유무역의 틀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부과 대상국들이 미국에 대항조치를 취한다면 향후 자유무역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이것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철강연맹의 회장인 신일철주금의 신도 고세(進藤孝生)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관 방침에 대해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 철강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다른 국가가 미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면, 세계무역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유럽연합 및 중국 등은 대항조치도 불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브라질도 미국의 결정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은 캐나다에 미국에 두 번째로 많은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로, 브라질 정부는 성명에서 "브라질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라며 대항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관세조치로, 미국에 철강이나 알루미늄 제품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관세 인상분 만큼 비용이 증가해 수출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본 기업들은 그간 각국이 미국에 수출하던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이번 조치로 다른 국가로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본 기업은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더해, 미국에서도 고율 관세로 인해 철강 등의 가격이 인상될 전망으로, 향후 자동차를 포함한 물가 전체가 상승하면서 소비가 둔화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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