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1년]헌정 첫 파면 '만장일치'…헌법재판관들의 궤적

기사등록 2018/03/09 07:52:00
【서울=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관 8명이 10일 이른 오전 모두 출근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숙고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진성 헌법재판관, 안창호 헌법재판관, 서기석 헌법재판관. 김이수 헌법재판관, 김창종 헌법재판관, 강일원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재판관, 조용호 헌법재판관. 2017.03.11.photo@newsis.com

심리 이끈 박한철·후임 이정미 퇴임 후 강단
세월호 질책한 김이수·이진성 소장후보 지명
주심 강일원 및 김창종·안창호 오는 9월 퇴임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재판관 8대 0'.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8명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헌법을 위배했다며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탄핵 선고 전 여론에서는 재판관 7대 1, 6대 2 등 다양한 관측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다.

 탄핵심판 심리의 시작에는 재판관 9명이 함께했다. 지난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가 접수됐다. 헌재는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을 필두로 곧바로 재판관 회의를 열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하겠다"며 탄핵심판 심리에 본격 착수했다.

 박 전 소장은 접수부터 두달 가량 탄핵심판을 이끌었다. 하지만 탄핵심판 도중인 지난해 1월31일 퇴임하면서 결정문에는 서명을 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퇴임 후에는 공식 행보 없이 휴식을 취하다가 지난해 8월 모교인 서울대 법대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박 전 소장은 퇴임 전 마지막 변론인 지난해 1월25일 작심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3월13일 이전에 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의 휴일도 없이 심리를 해왔지만 자신의 퇴임 전 결론을 내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완료 전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재판관 퇴임 후 결정이 날 경우 7명의 재판관이 남게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박 전 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속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국가 통치에 공백이 생겼고 국가와 헌법 수호의 측면에서 중대한 위기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1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17.01.25. myjs@newsis.com

 소장 공백으로 권한대행이 된 이정미 전 재판관은 퇴임 사흘 전인 지난해 3월10일 탄핵심판 선고를 내렸다. 탄핵소추 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된 지 92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전 재판관은 권한대행으로 탄핵심판 8인 심리를 성공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판관 중 가장 나이가 적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낮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했다는 평이다. 그는 탄핵심판 선고일 출근길에 뒷머리의 헤어롤 2개를 미처 빼지 못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탄핵 인용은 이 전 재판관 입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결정문 낭독에는 총 21분이 걸렸다. 사흘 뒤 이 전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헌법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전 재판관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됐고 강의와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빨간원)을 풀지 못한채 출근하고 있다. 2017.03.10.suncho21@newsis.com

 탄핵심판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박 전 대통령이 성실한 직무수행을 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던 김이수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은 모두 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김 재판관과 이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 국가위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재판관 퇴임 후 헌재는 소장 및 재판관 공백으로 9인 체제로 복귀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 바통을 받은 후 소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이념편향성 공세와 논란 끝에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결국 낙마했다.

 이후 김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탄핵심판으로 그간 쌓여있던 사건 처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헌재도 "소장 및 재판관 공석사태 장기화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11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앚아 있다. 2017.11.30. myjs@newsis.com
이 같은 우려 속에 이진성 재판관이 지난해 10월27일 소장 후보에 새롭게 지명됐고 한달여만인 11월24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재판관은 당시 변론에서 일침을 가하는 송곳 질문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네티즌들은 당시 강 재판관 질문을 두고 '사이다 발언'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로 인해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돌발 기피신청과 비난 발언을 듣기도 했다.

 강 재판관은 탄핵심판 후 사건처리에 매진하고 있으며 오는 9월19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김창종 재판관과 안창호 재판관도 같은날 임기를 마친다. 서기석 재판관과 조용호 재판관은 내년 4월18일까지 1년여의 임기가 남았다.

 탄핵심판으로 헌재가 주목받으면서 접수되는 사건 수도 늘어났다. 지난해 1~12월 1년간 접수된 사건의 월평균은 218.8건으로 최근 5년간 월평균 169건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탄핵심판 소추의결서가 접수된 2016년 12월에 접수된 사건은 247건이었고 지난해 1월에는 223건, 2월 222건, 3월 244건, 4월 225건, 5월 213건, 6월 223건, 7월 278건, 8월 215건, 9월 225건, 10월 185건, 11월 175건, 12월 198건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278건, 2월에는 216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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