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콘 사임 등 관세정책 반발 증폭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관세 갈등’으로 큰 홍역을 앓고 있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일괄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외국과의 통상전쟁 이전에 ‘백악관 통상전쟁’을 촉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관세폭탄의 수혜자로 여겨졌던 알루미늄 업계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방침을 극력 반대하던 게리 콘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백악관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콘 위원장은 사임 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계획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고수한다면 자신은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콘 위원장이 관세 부과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치러야 할 작은 비용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보좌진 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강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미국 상원 공화당의 최고 지도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 많은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 온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알루미늄 업계에서 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114개 알루미늄 기업들을 대표하는 미국 알루미늄협회의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수입산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청원했다.
헤이디 브록 미 알루미늄협회 회장은 이 서신을 통해 “우리는 이번 관세로 인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WSJ는 관세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내홍은 백악관 내 글로벌리스트 세력과 내셔널리스트 세력 간 이견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콘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리스트 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극력 반대하고 나선 반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필두로 한 내셔널리스트들은 이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 위원장이 백악관을 떠남으로써 이젠 나바로 국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하는 매파들이 통상정책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트럼프 정권 내 통상 강경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로스 장관은 지난 5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 면제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 결정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의 것이지만 내가 아는 한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빗자루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 역시 같은 날 CNN에 출연해 “현 시점에서 어떤 국가도 예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체들의 이익 증진을 위해 광범위한 수입 관세를 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그러나 “기업들이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일부 사례에 한해 관세를 면제받는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광범위한 관세 부과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그동안 다른 국가들에 의해 이용 당해왔다. 우리는 이를 바로잡을 것이다. 아주 사랑스런 방법으로 하겠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식이 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훨씬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우리를 더욱 존경하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가 모든 나라들에 뒤쳐져 있을 때 무역전쟁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짜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역전쟁은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우리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옆 자리에 선 뢰벤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장기적으로 관세 인상은 모두에게 타격을 입힐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진 간 이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한 백악관 간담회에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그 다음주 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보좌진들의 극심한 찬반 갈등 속에 행정명령 서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세입위원회 의장인 케빈 브래디 의원(공화, 텍사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수도 있느냐’는 CNBC뉴스의 질문에 “나는 그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만일 미국이 어떤 양보를 얻어 낸다면 관세 부과에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유럽연합(EU)이 우리 제품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끔찍한 장벽을 헐어낸다면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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