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첫 '미투' 폭로에 관련 보좌진 면직 처리

기사등록 2018/03/06 10:53:17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국회에서 첫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된 가운데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보좌진이 현재 몸담고 있는 의원실에서 면직 처리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6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 가해 당사자가 현재 저희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제 보좌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보좌진을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국회에 있었던 기간은 아주 짧지만 국회에 존재하는 권력 관계와 폐쇄성은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글을 쓰기까지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고민이 필요했을지 충분히 공감하고 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발생했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신을 국회의원 비서관이라고 밝힌 정 모 씨는 지난 5일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 me too) 용기를 내보려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비서관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당시) 4급 보좌관인 그 사람(가해자)은 회관에서 함께 일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한 뒤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뽀뽀해 달라'는 성희롱성 발언과 각종 음담패설은 물론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계속 됐다"며 "당사자에게 항의도 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항의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의원실 내에서 제 입지는 좁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생계형 보좌진인 저는 그냥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며 "지금도 술을 마시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고 비슷한 사건이나 기사를 보는 날이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악몽을 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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