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내전 종식 국면에 접어든 시리아에서 터키가 북부 쿠르드 민병대 소탕 작전을 개시한 데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의 영공 침공을 이유로 공습을 단행하면서 새로운 갈등이 싹트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 간에 새로운 충돌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같은 이슬람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며 시리아 내전을 틈타 현지에 영구적인 군 주둔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을 견제하려는 전략이다.
이란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보는 이스라엘은 이란군과 헤즈볼라의 자국 접경 주둔과 무기 시설 확충을 막길 원한다. 역내 군사력이 가장 강한 이스라엘은 필요한 경우 기꺼이 추가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제분쟁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ICG)의 오페르 잘츠베르그 연구원은 "양측이 서로에 대해 용인해 오던 군사행동을 둘러싼 게임의 법칙에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10일 시리아에서 날아온 이란의 드론(무인 항공기)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이를 격추했다. 이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드론 발진지를 공습했다.
미들이스트아이(MEE)는 헤즈볼라가 보유한 이란산 드론이 이스라엘 영공을 침해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란군 소속의 드론이 같은 움직임을 취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군은 대공 포화를 통해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 전투기 한 대를 추락시켰다. 전투기에 타고 있던 이스라엘 군인 2명은 탈출했지만 1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보복 공격을 감행해 시리아군과 이란군 표적물 12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에 의해 격추되거나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건 1982년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이다.
시리아 정부와 이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구성된 합동작전 본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 드론은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정기적인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 이스라엘 정권을 지칭) 세력의 공격은 용인할 수 없는 테러 행위"이라며 "또 다시 공격한다면 심각한 대응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과 시리아 야권의 충돌로 2011년 촉발된 시리아 내전에는 직접적 개입을 자제했지만,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 무기 조달을 막겠다며 여러차례 공습을 실시했다.
이스라엘의 안보전문가 요시 멜만은 이란이 이스라엘 전투기를 직접 격추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역시 전쟁 발발 시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막을 수 없음을 잘 안다고 분석했다.
멜만은 아사드 정권도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익히 알고 있고, 시리아 내전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온 러시아 역시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현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동 국가들이 때때로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며,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어느 쪽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해에 의한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는 별개로 시리아 북부에서는 터키와 쿠르드 민병대의 교전이 계속돼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시리아 북부에 자치 구역을 조성하고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전달부터 쿠르드 소탕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대(SDF)가 자국이 테러세력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와 연계됐다고 주장했다. SDF는 그러나 지난해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과 협력해 시리아 북부 IS를 격퇴했다.
ez@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