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지난 주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석유, 원자재, 채권, 가상화폐와 같은 다른 자산 가격의 동반 하락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665.75 포인트(2.54%) 하락한 2만5520.96으로 폐장했다. 리먼 쇼크 직후인 2008년 12월1일 이래 9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보다 19.85 포인트(2.12%) 떨어진 2762.13, 나스닥 종합지수는 144.92 포인트(1.96%) 내린 7240.95로 장을 닫았다.
미국 주식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상승곡선을 그려오다 지난 주 최근 2년새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이제 시장에서는 신흥시장 통화와 고수익 채권, 원자재 등의 다른 자산 시장의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저금리와 세계 경제 회복세 속에서 증시와 함께 상승곡선을 그려온 고위험 자산들이 동반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자산들간의 연계 관계는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석유, 주식, 채권, 유로화 등의 자산들 간 상관관계는 5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일정 규모의 시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동반 상승해왔던 여러 시장에서 긍정적 펀더멘탈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투매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WSJ는 지난 2일 증시 투매 현상이 다우지수, 국채가격, 유가가 동반 하락했던 2016년 2월의 시장 급락 때와 유사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10% 가량 하락했고 유가는 배럴당 26달러까지 떨어졌다.
현재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시장 과열 우려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852%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아직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 수준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저물가에 따라 이미 물가가 상승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6년 초 하락장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고, 채권 수익률은 1.5%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도 부진에서 벗어나 6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하락장에서도 당시와 같은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고 기업들의 기초체력도 튼튼하다는 분석이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현재까지 S&P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 중 80% 이상은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전망을 상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기업의 이익을 더 큰 폭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향후 자산 가격 움직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는 지난주 50%나 올라 미국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마이클 한스 클라펠드 투자자문 수석투자책임자는 "이것이 시작일 수 있다"며 "우리는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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