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전통 공예장인과 현대미술 갤러리스트의 컬래버레이션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은 2018년 첫 전시로 ‘첫 번째 박여숙 간섭전: 이경노 은입사’을 2월 1일부터 선보인다.
은입사장 이경노의 기술과 박여숙화랑 박여숙 대표의 아이디어와 안목을 결합시킨 20여종의 은입사 제품을 공개한다.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이번 전시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예 기법인 은입사 양식을 현대화한 전시다
주로 선비들의 사랑방에서 볼 수 있는 담배합이나 화로, 경대 등에 사용된 은입사 기법을 현대적인 용도에 맞게 재해석했다. 백동을 찬합, 연적, 합 등의 형태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은입사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 미감을 지니고 있다는 매력이 있다. 은선으로 시문 작업을 하기 때문에 대상을 추상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고, 현대적인 미감과도 잘 어우러진다.
박여숙 대표는 "전통 은입사는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제작기간이 길다"며 "때문에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옻칠을 가미해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함께한 이경노 장인은 왜곡되지 않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기술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금속으로 기물을 직접 만들고, 은입사 작업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인이다.
특히 국가에서 공인한 문화재 수리기능자이며, 조선의 미감을 순수하게 지키고 있다.
박여숙 화랑측은 "오류동의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힘들게 작업하는 작가가 여유 있는 공간에서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이번 전시 간섭전을 열게 된 또 다른 이유"라고 소개했다.
30년 넘게 강남에서 화랑주로 활동해온 박여숙 대표는 미술계에서 안목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적 미감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생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수학여행을 간 경주 안압지 기념품 가게에서 신라 와당을 산 것이 첫 컬렉션이었다. 홍익대 목칠공예로 진학, 민예품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대학 졸업 후 ‘공간’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안목을 가진 컬렉터들을 만나고,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건축가 김수근 선생, 김종학, 권옥연, 변종하, 한창기, 장욱진 등의 명사와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민예품 수집을 시작했다.
박여숙 대표에 한국적 미감에 대한 의식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은 2015년 밀라노 트리엔날레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5’이었다.
한국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이 목적인 이 전시의 예술 감독을 맡아 작가들을 섭외하고, 기획•진행하면서 한국적 미감을 살리는 일이 정말 시급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수수•덤덤•은은’을 전시주제로 잡고, 전통 기술을 전승한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적 미감과 접목시켜, 조선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구현해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인 디자인위크에 선보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박여숙과이경노 장인의 컬래버레이션이 발전되어, 2017년에는 일본에서 진행된 '국제호쿠리쿠 공예정상회담: 세계의 공예 100'전에 한국의 대표작가로 초대되기도 했다.
한편 박여숙 대표의 '간섭'전은 이번 은입사전을 시작으로, 도자기, 유기, 옻칠공예, 지공예 등 조선시대의 미감을 지닌 공예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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