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철강 세이프가드 임박?…분주해진 국내 업계

기사등록 2018/01/15 16:52:09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백화점 가전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진열되어 있다.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날 120만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 물량에 대해 첫 해 50%를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45%와 40% 등 3년간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제시했다. 2017.11.2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현 심동준 기자 = 미국 정부의 국내 철강·세탁기 제품 등에 대한 통상 압력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등의 발동이 임박해진 분위기가 현지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정부와 업계는 미국 측에서 고려중인 한국 브랜드 수출품을 대상으로 하는 무역구제 조치 발동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계기로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는 현지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철강과 세탁기 등 주요 구제조치 현안에 대한 결정 여부도 정해진 기한보다 빨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결론 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 퍼지는 모양새다.

 ◇가전업계, 현지 공장 납기 단축·설득 작업…"구제조치 수준이 문제"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탁기 수입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내달 2일을 기한으로 확정하게 된다. 또 태양광전지와 관련한 관세 35% 수준의 구제조치 발동 여부를 오는 26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측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 브랜드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 저율관세할당(TRQ)을 설정하면서 120만대 넘는 세탁기에 대해 관세 50%를 부과해야 한다고 봤다.

 또 3년 간 각각 20%, 18%, 15%의 할당 내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1안과 할당 내 관세는 부과하지 않는 방향의 2안을 제시했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가전 업계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대응 조치를 진행해왔다.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공장 준공 납기를 단축하고, 현지 고용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이다.

 또 확정적으로 세이프가드가 발동되지 않거나 그 정도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권고 수준보다 낮아지도록 적극적인 현지 설득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삼성전자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고 출하식을 열고 있다. 행사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과 헨리 맥마스터(Henry McMaster)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등이 참석했다. 2018.01.12 (사진 = 삼성전자 제공) s.won@newsis.com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세워 지난 12일(현지 시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  2020년까지 투자비용으로 약 3억8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현지에서 1000명 규모의 노동자를 고용할 예정이다.

 LG전자 또한 미국 테네시에 연 100만대 이상 제조 가능한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2019년 준공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 중이었으나 세이프가드 발동 우려가 제기되면서 올 4분기까지 가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납기를 단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는 공장 건물 건설에서부터 설비 반입에 이르는 준공 과정 전반에 현지인을 적극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공장이 준공된 이후에도 600명 가까운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미국 측을 설득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세이프가드에 대한 권고안은 이미 나온 상황이며 앞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느 정도 해오고 있으며 남은 문제는 실제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라는 말로 우려감을 표현했다.

 또 "세이프가드 자체가 발동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나마 부담이 덜한 조치는 120만대 이하의 경우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방향"이라며 "무역 상황의 변화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 같은 흐름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는 분석을 제기했다.

 ◇철강업계, 상황 예의주시하면서 대응…"물량 제한 독 될 수도"

 철강과 관련한 미국 측의 무역 구제조치 기조도 뚜렷하다. 미국은 한국 브랜드 냉간압연강관에 5.10~48.0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으며, 탄소·합금강선재에 대해서는 반덤핑 예비관세를 10.09%에서 40.8%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에서 수입 철강과 관련한 안보 조사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정보다 5일 빠른 지난 11일(현지 시간) 제출하면서 국내 철강 제품에 대한 조치가 조기에, 부정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철강업계 간담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7.08.30. photocdj@newsis.com

 철강업계는 미국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 제한 조치를 어느 정도 선까지 실시할 지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수입 제한 조치를 할 경우 상품 분류(HS코드)를 사용하는 데 강관 등 특정 제품에만 수입 제한 조치 등을 내릴 지 아니면 원재료에 대해서도 적용할 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일단 미국의 조치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강관의 경우 미국 수출량이 많아서 수입 제한 조치 등이 발동할 경우 국내 기업의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며 "당장은 기다려 본 뒤 어떻게 대응할 지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내 기업을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A 업체 관계자는 "미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싸고 좋은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인데 이는 미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는 자국 기업이 이득을 보겠지만 싸고 좋은 제품을 장기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미국 내 다른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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