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2015년부터 삼성전자 제품의 사운드 질이 향상된 이유는 이 챔버(Chamber) 덕분이죠."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발렌시아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하만 출신 음향 기술 전문가인 앨런 드밴티어(Allan Devantier) 상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드밴티어 상무는 연구소를 돌아보는 내내 오디오랩 시설들과 측정 기술에 대한 우수성을 연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음향 기기 시장에서 자사 제품이 차별화된 지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 가득한 말투와 표정으로 연구소를 소개했다.
드밴티어 상무는 "오디오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 연구소의 측정, 개발 시설은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지난 2013년 말 약 873㎡ 규모로 개설됐다. 현재 드밴티어 상무를 비롯해 박사급 4명, 석사급 7명 등으로 구성된 직원 23명이 연구소에서 음향기기 성능 향상을 위한 실험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드밴티어 상무는 무향실(Anechoic Chamber)과 반무향실(Hemi-Anechoic Chamber)을 연구소의 자랑으로 꼽았다.
무향실은 울림 없이 음향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실로, 별도의 뿔모양 흡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실험실은 문을 완전히 닫을 경우 인체에서 자연 발생하는 소리를 스스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됐다고 한다.
반무향실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된 실험실로, 뿔모양 흡음재가 사용된 것은 무향실과 동일하지만 벽에 설치된 텔레비전(TV)에서 나오는 음향을 각도를 달리해가면서 측정할 수 있는 장소다.
그는 "이 곳은 다른 오디오 실험실과는 달리 측정 과정에서 누락되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2014년부터 2016년을 넘어오면서 전체적인 튜닝 절차도 개선됐다"며 "다른 오디오 실험실과 차별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구소에서는 음향기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리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디스토션 캔슬링(Distortion Cancelling)' 기술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원래의 음파가 앰프를 거치면서 왜곡되는 정도를 측정한 뒤 출력음이 음향 기기 자체에서 보정돼 나오도록, 스피커의 움직임 자체를 조율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열린 공간에서 사물에 부딪쳐 발생하는 소리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다수의 표본을 벽에 부착해 실험해 보는 등의 연구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 같은 연구는 드밴티어 상무가 지난 2002년 제시한 ▲직접음 ▲직반사음 ▲다반사음 측정·분석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드밴티어 상무는 "귀에 들어오는 세 가지 소리가 음향의 색과 스펙트럼, 특성을 결정한다"며 "측정 값을 바탕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한 시제품을 제작하는 공간도 연구소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측정과 조율 등 연구 과정은 연구소에서 별도로 개발한 소프트웨어인 SAMS(Samsung Audio Measurement System)과 SLTS(Samsung Listening Test System) 등을 통해 이뤄진다.
연구소에는 소리를 듣는 실제 당사자의 느낌을 평가하기 위한 별도의 블라인드 실험실도 마련돼 있었다. 이중막으로 조성된 암실에서 여러 제품의 소리만을 들려주고 선호도에 따라 0~10점 사이의 점수를 매겨보도록 하는 식이다.
음향을 다루는 연구실인 만큼 연구원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연구소 곳곳에는 퀸 등 유명 가수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으며, 연구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자연음과 유사한 음향을 내는 오디오 기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머잖아 전체 근무자 수가 40명 가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엔터테인먼트 등 오디오 경쟁력이 강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오디오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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