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다양한 쪽방촌 대책 마련해 시행 중
저렴쪽방 등 일부 대책은 실효성 문제제기 있어
SH공사 쪽방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목소리도
【서울=뉴시스】특별취재팀 = 정부와 서울시는 쪽방촌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해 매년 시행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혜성 사업과 임시처방에 그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 쪽방촌 대책, 구색은 갖췄지만…
시가 5대 쪽방촌 지역(돈의동, 동대문, 남대문로5가·중림동, 동자동·갈월동, 영등포동)에서 시행하는 쪽방촌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한결 진일보했다.
시는 매년 '쪽방 밀집지역 건물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2016 서울 쪽방 밀집지역건물실태 및 주민의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쪽방 수는 2014년 4150개, 2015년 4180개, 2016년 4170개, 지난해 4033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쪽방촌 거주자 역시 2014년 3502명, 2015년 3604명, 2016년 3442명, 지난해 3274명으로 등락하고 있다.
세부지역별 쪽방과 거주자 현황을 보면 종로구는 돈의동 745개(586명), 창신동 518개(323명)다. 중구는 남대문경찰서 뒤 514개(469명), 연세빌딩 뒤45개(39명), 회현동 64개(41명), 중림동 245개(212명)다. 용산구는 동자동1153개(964명), 갈월동 81개(40명), 후암동 17개(8명)이다. 영등포구는 영등포동 431개(400명), 영등포본동 17개(19명), 문래동 93개(99명)다. 동대문구 전농동은 110개(74명)다.
쪽방촌 전체 규모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시는 쪽방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표사업인 '저렴쪽방' 사업을 펴고 있지만 아쉬운 면이 있다.
저렴쪽방이란 기존 쪽방 건물을 쪽방상담소가 임차해 내부를 수리한 후 저렴한 임대료로 주민(세입자)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인근 쪽방들의 월세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개 건물에 178호를 저렴쪽방으로 확보해 운영하고 있지만 반응은 뜨겁지는 않다.
또 정부와 서울시가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대체주거지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해 서울시내 5개 쪽방상담소가 153호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2016년 11월 임대주택 101호를 공급해 남대문 쪽방주민과 알코올중독 노숙인 등이 35호에 입주했다.
문제는 서울주택도시공사 공급물량 중 입주가 끝난 35호를 제외한 나머지 66호가 1년째 비어있다는 점이다. 300만~500만원 수준인 보증금이 쪽방주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쪽방주민들 중에 공공임대주택을 원치 않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점 역시 임대주택 사업의 한계다.
임대주택 공급은 지속되지만 정작 임대주택 신청률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들에게 임대주택 신청한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2014년에는 있다(16.9%), 없다(79.6%)였고 2015년 있다(16.9%), 없다(81.3%)였으며 2016년에도 있다(16.8%), 없다(81.0%)로 큰 변화가 없다.
쪽방촌 주민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자활' 부문에서도 단발성 사업이 기획되고는 있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동대문 쪽방촌에는 서울시와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가 개업한 '너나들이․커피방'이 운영되고 있다. 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백종원씨가 자신의 경험이 담긴 너나들이․커피방 브랜드를 개발해 서울시에 기부했다. 너나들이․커피방 1호점은 종로구 동대문쪽방상담소 1층에 위치한 11.5㎡ 규모 컴퓨터실을 개조해 만들었고 쪽방주민들이 여기서 일하고 있다.
동자동에는 위치한 '양말인형 공방'은 2016년 3월 프로야구 KT구단에 캐릭터 인형을 납품한 것을 계기로 현재 수도권 소재 5개 프로야구단에 납품하고 있다.
남대문 쪽방촌에서는 '꽃피우다'가 운영되고 있다. 꽃피우다는 ㈜현대엔지니어링 후원으로 2014년 7월 문을 열었고 2015년에는 행정자치부가 선정하는 우수 지역공동체 일자리로 선정됐다. 2016년부터는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 다누리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일반 화분 이외에도 압화(말려서 누른 꽃), 축하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전화 주문 배달하고 있다.
이같은 자활사업에도 쪽방주민들의 소득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쪽방주민 연도별 월소득 조사결과를 보면 2014년에는 50만원 미만(67.5%), 50만~100만원(17.1%), 소득없음(10.9%) 분포를 보이다가 2015년 50만~100만원(52.9%), 50만원 미만(32.6%) 소득없음(8.3%), 2016년 50만~100만원(73.1%), 100만원 이상(9.7%) 50만원 미만(9.2%) 순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지나치게 낮아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주요소득원 역시 2014년 정부보조(수급비)(50.4%), 근로활동’(22.8%), 2015년 정부보조(59.2%), 근로활동(28.2%), 2016년 정부보조(54.0%), 근로활동(34.4%) 순으로 정부보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자활에 이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시가 쪽방촌 안전에 근본적인 신경을 쓰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5일 돈의동 쪽방촌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시 안에 쪽방촌 화재예방·재난대책 전담조직이 결성됐다.
시 복지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쪽방촌 화재예방·재난대책 태스크포스'는 6월까지 운영된다. 태스크포스는 15일부터 31일까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이달 말까지 개선대책 종합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후 월 1회 추진사항 점검회의를 열어 개선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시는 쪽방촌 건물 안전을 보강하기 위해 장단기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장기적으로는 쪽방 건물안에 살수기(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또 쪽방촌 지역 도시재생사업과 국고보조 쪽방촌 개선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장 활동가들 "서울시가 만든 저렴쪽방, 실은 저렴하지 않다"
서울시가 쪽방촌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개선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 활동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저렴쪽방이 사실 별로 저렴하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조직국장은 "저렴쪽방이 사실은 일반 쪽방 시세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며 "부푼 기대를 갖고 시작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당사자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등 쪽방촌 관련 시민단체들이 2016년 말 한 행사장을 찾은 저렴쪽방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월세가 15만원 이하라는 답변은 12%에 그쳤다. 반면 15만원 초과 18만원 이하가 62%, 18만원 초과가 26%를 차지해 저렴쪽방 월세가 일반 쪽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쪽방에 살게 돼 월세부담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 중 55%는 부담이 덜해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똑같다가 30%, 부담이 커졌다가 15%로 부정적인 반응 역시 적지 않았다.
윤 국장은 "서울시가 기획했던 것은 가격을 15만원까지 낮추는 것이었는데 실제 살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18만~20만원을 내고 있었다"며 "서울시가 리모델링해서 빌려주는 집은 그전에도 제일 싼 방이었다. 원래 15만~16만원인데 리모델링을 이유로 18만~19만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쪽방의 주거환경 역시 일반 쪽방을 크게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가 최근 서울시가 운영하는 저렴쪽방 건물들을 직접 찾아가 점검한 결과 천장 등 집안 곳곳에서 물이 새는 등 건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월세가 낮아지지 않는데다가 주거환경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건물주는 따로 있고 서울시는 운영만 하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따로 있다 보니 시가 원하는 만큼 월세를 하락시킬 수 없는 제약이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저렴쪽방이 들어서면서 시가 개입하다보니 알코올 중독자를 걸러내는 등 오히려 쪽방촌에서의 삶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거주민들도 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은 "서울시가 저렴쪽방을 도입할 때 목표는 쪽방촌의 전반적인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었는데 공급량이 적으니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평했다.
김 센터장은 시가 건물주들로부터 쪽방촌 건물들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아예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같은 방식으로 저렴쪽방을 운영해 거주민들이 오른 월세를 내면서 지내야 하는지, 아니면 시가 다른 방식을 택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쪽방촌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적지않다. 시가 쪽방촌 실태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지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서울시에는 쪽방촌 밀집구역이 기존 5군데 말고도 가리봉동 쪽 등 여러 곳에 있다"며 "쪽방 수도, 주민 수도 너무 소극적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쪽방이 더 많이 분포돼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순간 복지서비스 업무가 늘어나게 되니 공무원들이 적극성 띠지 않는 것"이라며 "5대 쪽방촌 조사는 외환위기 후인 1999년 시작돼 2002년에 완결됐다. 그 이후 그 외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쪽방촌 전수조사는 없었다. 쪽방 외에 여인숙이나 고시원 등 열악한 곳이 많은데 시는 계속 기존 5군데를 중심으로만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기존 5개 쪽방촌 밖에 있는 열악한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문제는 일부 주민들이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임대주택 공급 규모 산정과 주거개선서비스 계획 수립 등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착시현상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서울시 주거복지전담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쪽방촌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취약계층 전세임대주택 주거지원사업 등으로 쪽방촌 주민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같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SH공사도 임대주택 등을 쪽방촌 주민들에게 공급해야 하는데 서울시에는 그런 계획이 없다. 쪽방 이후의 주거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쪽방촌 지역이 대부분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있고 용도 역시 주거용도가 아닌 상업용도라는 점"이라며 "재개발에 의해서 쪽방촌이 없어지면 주민들은 거처를 잃게 되는 상황이다. 물품 지원이나 의료서비스 제공 같은 작은 서비스는 있지만 제도적 차원의 접근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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