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치조프 EU 주재 러시아 대사는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가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재건 비용을 지원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재건을 놓고 EU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시리아 난민의 유럽 대량 유입을 막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싶긴 하지만 자칫하면 아사드 정권의 힘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EU는 아사드 대통령을 독재자로 본다. 때문에 난민 유입과 인도적 위기를 우려하면서도, 시리아의 정치 전환을 위한 평화적 합의가 도출돼지 않으면 재건 비용을 댈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EU는 이미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개발 보조를위해 100억 유로(약 12조8000억 원) 이상을 사용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후 재건 작업에 관한 지원은 유보 중이다.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 러시아는 정부군이 시리아 대부분 지역 탈환에 성공하자 시리아 재건의 주도권을 잡고 EU를 압박하고 나섰다.
치조프 대사는 "EU는 정치 전환이 우선이라고 하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며 "지금은 인도적 지원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할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평화 회담이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EU 내에서도 재건 비용에 관한 현실적 인식이 나오고 있다며, 러시아 역시 시리아 재건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EU가 시리아 재건 비용 제공을 거부하면 어떡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린 다른 잠재적 주체들과 협력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재건을 위해 일정 금액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영국은 무엇을 하는가? EU는 뭘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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