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리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을 검은 빛으로 물들인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작정한 듯 반(反) 성폭력에 대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영화 '더 포스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은 전국근로자연맹 대표인 아옌푸와 함께 레드카펫에 등장해 "나는 사람들이 이제 권력의 불균형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학대로 이어지게 됐다. 학대는 우리 산업과 노동자들의 일터, 군, 의회 내에서도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미 드라마 '윌 앤 그레이스'에 출연 중인 여배우 데브라 메싱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채널 E!의 진행자 캣 새들러가 남성 동료 제이슨 케네디의 절반 밖에 안 되는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사직한 것에 대해 언급하며, "E!가 여성 공동진행자를 남성 공동진행자와 똑같이 대우하지 않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캣 새들러가 그립다"고 말했다. 메싱은 이어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가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인권은동가 마라이 라라시와 함께 등장한 엠마 왓슨은 "우리는 연대 의식을 느껴 검은색 옷을 입었다"며 "우리가 만들어 낸 이 순간이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수상 발표자로 참석한 세라 제시카 파커는 "많은 사람들이 강력하고 열정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 평등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냥 끝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로 TV미니스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니콜 키드먼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항상 여성운동을 지지했다. 이때문에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빅 리틀 라이즈'는 TV미니스리즈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여배우들은 반 성폭력 메시지를 나타내기 위해 일제히 검은 색 드레스를 입었다. 일부 여배우들은 보석 대신 가슴에 '타임즈 업(time's up)'이 적혀있는 핀을 달기도 했다. '타임즈 업'은 지난 1일 여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할리우드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명이 업계는 물론 미국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결성한 단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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