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점 돌파한 유영…실수에 흔들리지 않은 '강심장' 덕분

기사등록 2018/01/07 17:52:33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싱글 1그룹에서 유영이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유영은 총점 204.68을 기록,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총점 200점을 돌파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8.01.0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나이제한 탓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유영(14·과천중)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기대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뽐냈다.

 유영은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개최된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2018(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5.15점을 획득, 쇼트프로그램(69.53점)과 합해 총 204.68점을 얻어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평창올림픽 3차 선발전을 겸해 개최돼 최다빈(18·수리고), 김하늘(16·평촌중) 등 올림픽 출전권에 도전하는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유영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기대주 3인방으로 불리는 임은수(15·한강중), 김예림(15·도장중)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유영은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윗 자리에 서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12월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김연아 이후 국내대회 최고점인 197.56점을 받아 우승했던 유영은 이번 대회에서 200점 돌파에 성공했다.

 2013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10.77점, 2014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27.86점을 받은 '피겨여왕' 김연아를 제외하면 국내 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00점을 넘긴 것은 유영이 유일하다. 김연아와 유영이 국내 대회 여자 싱글에서 200점을 돌파한 유이한 선수가 된 셈이다.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 데뷔한 유영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회장배 랭킹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상승세를 자랑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싱글 1그룹에서 유영이 아름다운 연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유영은 총점 204.68을 기록,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총점 200점을 돌파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8.01.07. photocdj@newsis.com
유영은 "200점이 넘어서 너무 당황했고, 떨렸다. 200점 돌파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했는데 언니들을 제쳐서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회장배 랭킹 대회에서 즐기려고 해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덜 긴장했다"며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점수가 높았고, 그 때처럼만 하고싶다는 생각이었다. 더 자신감을 갖고 즐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층 자신감이 올라온 덕도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유영이 200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은 '강심장' 덕분이었다.

 당초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가 첫 구성요소로 포함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트리플 러츠를 뛴 후 착지가 다소 흔들려 연결 점프를 이어 뛰지 못했다.

 유영은 당황하지 않았다. 계획된 구성요소대로 연기를 이어간 유영은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차례에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해 완벽하게 소화했다. 연기 후반부에 배치돼 기본점이 10.30점에서 11.33점으로 올라갔고, 수행점수(GOE)도 0.93점을 챙겼다.

 이후 더블 악셀 단독 점프 차례에서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어 연기 초반 실수를 만회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싱글 1그룹에서 유영이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유영은 총점 204.68을 기록,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총점 200점을 돌파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8.01.07. photocdj@newsis.com
유영은 "처음에 트리플 러츠 점프 착지가 흔들려서 순서를 바꿨다"며 "원래 첫 점프를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연습을 했다. 실수를 가정해 연습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연습을 했다고 해도 '강심장'이 아니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영은 당황하지 않고 준비했던 '플랜B'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언니들에 앞서는 기량을 선보였지만, 유영은 나이제한 탓에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 나설 수는 없다. 유영은 "많아 아쉽지만 다음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고,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언니, 오빠들을 응원하겠다"며 "베이징올림픽에는 반드시 나가고 싶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유영은 올해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선다. 유영은 "뽑힌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점프를 보완하고, 이번 대회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대회에 나설 것"이라며 "그간 훈련한 성과를 보이고 싶다. 나아졌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jinxi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