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이런 사고가 났는 데 지금도 쓰고 있나"
【제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29명이 숨졌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충북본부 상황실과 소통이 되지 않는 아날로그 휴대용 무전기를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족대책위원회가 6일 오후 제천소방서 브리핑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유족은 "오후 4시20분에 충북본부 상황실에서 '제천 중'이라고 했는데 교신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제천소방서 이상민 서장은 "송수신자가 충북 상황실로 찍혔는데 이는 제천 상황실을 부른 것"이라며 "현장에선 많은 무선 교신이 있었지만, 본부 상황실과는 4시35분께 교신됐다"고 말했다.
유족이 공개한 무선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충북 상황실에서는 4시20분에 "아 제천 중", "출동대 제천3호는 상황실로 유선연락 바랍니다"라고 제천 현장을 불렀지만, 응답이 없다가 35분 "제천1호 제천1호 여기 국사"라고 제천 현장을 불렀고 그때 제천 현장과 교신이 이뤄졌다.
소방서 관계자는 "지휘차량 안에선 본부 상황실과 무선 교신을 할 수 있지만, 현장 대원들이 지닌 아날로그 휴대용 무전기로는 본부 상황실과 통화가 안 된다"고 밝혔다.
당시 최초 출동한 선착대는 차량 4대에 지휘팀 3명, 구급 보조인력(의무소방) 3명, 진압대원 7명(운전원 4명 포함) 등 13명이었다.
현장 소방관들은 휴대용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충북 상황실과는 교신을 할 수 없는 아날로그 무전기였다.
충북 상황실과 교신할 수 있는 지휘차량에는 인명구조 관계 등으로 본부 상황실에서 보내온 지령을 받을 소방관이 없었다.
건물 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며 119에 신고하거나 밖에 있던 가족이 아무리 119를 불러도 이를 접수한 충북 상황실 지령은 현장 소방관들에게 전달될 수 없었다.
3시59분께 2층 여성사우나실 이용객의 신고를 받은 119근무자는 "도착 다 했구요. 구조대 올라 갈 거예요"라고 신고자를 안심하도록 했지만, 실제 2층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각은 4시38분께다. 이 신고자와 통화한 지 무려 38분이 지나서였다.
이미 골든타임을 훌쩍 넘은 때다.
소방합동조사단 변수남 단장은 브리핑에서 "충북 상황실에서 공용 휴대전화로 화재조사관에게 2층 다수 요구조자 존재 사실을 알린 사실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무전 통신 활용이 원칙이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휴대전화로 한 것 같다"며 "무전통신이 효과적이지만 정보공유가 제한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본부 상황실과 아날로그 무전기를 가진 현장 대원과의 불통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현장 대원들은 많은 이용객이 구조를 기다리던 2층은 화염이 거세다는 판단에서 진입하지 않고 사람이 이미 대피한 지하실을 먼저 들어갔다.
본부 상황실과 직접 교신이 되지 않는 휴대용 아날로그 무전기는 참사 발생 17일째인 6일에도 여전히 사용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오늘(6일)도 백운(면)에 출동했는데 무전이 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주의 본부 상황실과 120㎞ 떨어진 제천에서 현장 대원들의 휴대용 무전기는 무용지물이었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무전기는 본부 상황실과 교신이 된다지만, 제천소방서 현장에는 디지털 무전기가 여전히 보급되지 않았다.
유족은 "이런 사고가 나서 문제점이 대두됐는데도 지금도 (아날로그 무전기를) 쓴단 말이냐"고 질타했다.
ksw6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