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1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촌동 301-25번지 일대 '서빙고아파트지구 내 한강맨션아파트(1주구)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로써 건폐율 30%이하 기준용적률 200%이하, 정비계획용적률 231.98%이하, 법적상한용적률 259.98%이하, 높이 102.7m이하(35층이하)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1493세대가 입주할 전망이다.
시는 "한강맨션아파트는 서빙고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으로 지정된 정비구역으로 1971년도에 사용 승인돼 46년 경과된 노후·불량 공동주택단지"라며 "오랜 시간 동안 주거생활의 불편함과 주변 주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역"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한강맨션은 이같은 평을 듣기에는 지나치게 중요한 장소다. 최초의 중산층 아파트로서 우리나라 주거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던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강맨션을 처음 구상한 인물은 장동운 대한주택공사 총재다. 5·16쿠데타 직후 현역 군인으로 대한주택공사 총재에 취임한 그는 일본 출장 중 신문에 난 고급아파트 분양 광고들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고급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주공은 장 총재의 구상에 따라 29억7200만원을 투입해 공급면적 89㎡(27평), 105㎡(32평), 122㎡(37평), 168㎡(51평), 188㎡(57평) 등 5층짜리 24개동 총 660가구를 조성했다. 동부이촌동 한강 백사장을 매립한 곳에 5층짜리 27~57평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섰다.
국내 최초로 완전 입식 구조를 채택했으며 침실과 부엌을 분리했다. 중산층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해 고급 자재를 썼다. 정원과 주차장도 갖췄다. '아파트는 서민용'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일본처럼 맨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국내 최초로 중앙공급식 난방을 도입했다. 남쪽 중앙에 거실을 두고 부엌 옆에 다용도실을 두는 한국적 평면 배치가 시도됐다.
나아가 주공은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 200만원을 들여 견본주택을 지었다. 아파트 본 공사를 하기도 전에 견본주택을 지은 것은 한강맨션이 국내 최초다.
1970년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로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된 것도 초기 분양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러자 주공은 직원들에게 분양 촉진비를 지급하며 물량을 소화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유명인들에게도 분양을 권유했다.
유명인 중 계약 1호는 27평형을 구입한 탤런트 강부자였다. 배우 고은아·문정숙, 가수 패티김 등도 입주했다.
51·55평은 대기업 사장이, 32평은 회사 중견급 간부나 탤런트, 문인, 영화배우가, 가장 작은 27평은 신중산층 신혼부부가 입주했다.
그 결과 한강맨션은 중산층이 모여 사는 '부촌'으로 거듭났다. 경향신문은 1970년 서울 새 풍속도 시리즈 기사에서 이곳을 '자가용 시동 소리에 출근길이 열리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한강맨션의 성공은 우리나라 주거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이 인기가 치솟았고 이후 반포와 잠실 등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반세기만의 이번 재건축 승인으로 공사가 본격화되면 앞으로 한강맨션은 더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 역세권 국제업무단지 개발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호재가 맞물리면서 집값은 한층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강맨션과 인근 이촌동이 강남에 버금가는 부촌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워낙 유명해져서 가려져있긴 했지만 한강맨션은 용산에서는 전통적인 부촌"이라며 "그간 언론에서도 큰 관심이 없었지만 사실 한강맨션은 단지 규모도 크고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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