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니키(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어제 유엔에서 우리 돈을 받는 나라들에 보낸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며 "총회에서도 잠재적으로 우리에 반대표를 던지려고 한다"며 "수백만, 수억만 달러를 받고선 우리를 반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를 지켜보겠다. 우리한테 반대 투표를 해 봐라. 그럼 우리는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상관 안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193개 회원국은 중동국들의 요청에 따라 21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안건은 회원국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으면 채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스라엘 행정수도 텔아비브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에 19일 미국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미국 반대로 부결됐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 총회 표결에 관해 각국 대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대통령이 이번 표결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내게 어떤 나라들이 우리에 맞서 반대 투표하는지 보고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유엔에서 우리는 항상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이 베풀라고 요구받는다"며 "우리 대사관을 어디 둘지를 놓고 우리가 도와 온 이들이 우릴 표적으로 삼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해외 대사들은 미국이 유엔 표결을 놓고 다른 나라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헤일리 대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는 나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국 외교관은 중동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그는 총회나 안보리에서 어떤 표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아마도 미국 사람들 표는 좀 얻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중동국 고위 외교관은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불량배짓을 하는 나라는 스스로도 자신들이 다른 이들을 설득할 만한 도덕적 법적 논거가 없다는 점을 잘 안다"고 지적했다.
이 외교관은 "유엔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하고 있다"며 "(헤일리 대사의) 서한은 중동 평화 프로레스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로슬라프 라이착 유엔 총회의장은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 없이 "의사 표현은 회원국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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