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 8·2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전매거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매 투자자는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서울 집값은 오름세다.
21일 서울아파트정보광장에 따르면 8·2대책 이후인 올해 8~11월 서울 전역에서 거래된 분양권·입주권은 총 1071건이다. 지난해 동기(2416건)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3년(2014~2016년) 동기대비 평균(2053건)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2대책 이후인 8월 7일부터 지난달 말(27일 기준)까지 0.94% 올랐다. 물론 한창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절정에 이르렀던 전년 동기(2.15%)대비 상승세가 위축됐지만, 새 정부 들어 지난 7개월 동안 7번이나 규제책을 쓴 것치고는 여전히 강세라는 분석이다.
전매거래가 크게 줄었지만,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 때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원인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지난 2~3년 서울 아파트값은 '웃돈'이 견인한 반면, 문 정부에서는 '희소성'과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 전국 아파트값은 분양시장이 견인했다.
박근혜 정부는 청약1순위 자격을 비롯 다수의 청약규제를 연이어 완화했다. 누구든 쉽게 청약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전매규제를 완화한 것이 투자수요에 불을 붙였다. 청약에 당첨되면 오래지않아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되자,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까지 대출받아 청약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매거래가 이뤄지면서 분양권에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이에 '청약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역대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갈 곳 없는 뭉칫돈이 규제의 빗장이 풀린 분양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전세난에 내 집 마련하려는 실수요에, 웃돈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가세했다. 당시 모델하우스에는 분양권 거래를 부추기는 떴다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청약통장을 불법 거래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시장과 전매시장에 수요가 늘어나자, 신규 분양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계속 올랐다. 이들 분양아파트 가격이 인근 시세를 끌어올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되면서 분양가가 점점 오르는데도 청약시장에는 오히려 수요가 몰렸다"며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주변 아파트들도 같이 따라오르는 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분양권에 웃돈이 계속붙자, 박 정부 말에는 심지어 대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파서 청약시장에 뛰어들 정도였다.
청약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대두되자, 문 정부는 청약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주택시장 내 투기세력을 없애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늘렸다. 서울을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구로 지정하고 대출 및 전매제한을 강화했다. 서울 전 지역에서 분양권을 전매하려면, 이전에는 당첨 6개월 이후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등기 시까지 불가능해졌다.
이같은 규제책 여파로 서울의 전매거래량은 이전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오름세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가격오름세는 '기대감'과 '희소성'에 있다고 봤다.
연이은 규제책으로 지방은 물론 경기 일부지역과 신도시의 가격이 하락 전환했지만, 서울만은 여전히 오름세인 상황이다. 이에 '서울 집값은 불패'란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고강도 규제책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자, 다른지역과 달리 서울은 웬만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투자자 사이에 학습된 것 같다"며 "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저금리인 상황이다. 저금리에 마땅히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서울 아파트가 좋은 투자처라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내년 전국 부동산시장이 침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역으로 서울 주택의 희소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몰리는 내년, 서울은 오히려 입주물량보다 멸실주택이 많아 수요대비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이같은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
신 차장은 "분양시장에서 강남 재건축을 포함 일반 아파트로 투자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가격이) 이전에는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올랐지만, 올해에는 기존아파트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오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거래량이 많지 않아 사실상 지금 가격통계에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인 호가가 많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그만큼 향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집주인의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본다.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계속 높여 부르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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