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을 담당하는 기자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이다.
이 말의 취지는 이렇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체된 뒤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해경이 '과거와 다른 새로운 해경으로 거듭나겠다'며 스스로 부여한 소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으로, 2년 8개월간 국민안전처에서 셋방살이한 해경에게 과감한 발상과 결연한 다짐이 필요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확히 말하면, 세월호 참사 당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고해성사나 다름없다. 해경에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켜켜이 쌓인 부채의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탓이기도 하다.
허나, 이 말에 깜빡 속았다는 걸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에 대한 해경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좁은 뱃길에 기본적인 항해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안전불감증’과 고질적인 구조 인력과 장비 부족 역시 문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1분 1초에 생사가 갈리는 해양 사고에서 1시간의 골든타임을 넘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해경의 첫 구조보트는 출동명령을 받은 뒤 출항하는 데만 13분이나 걸렸다. 민간 계류장에 함께 묶여 있던 어선 7척을 치우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또 야간항법장치가 없어 육안으로 식별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3.7㎞를 떨어진 사고 현장을 가는데 16분이나 걸렸다.
더구나 선내 진입이 가능한 특수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72분이나 소요됐다. 구조정 고장으로 육로로 52㎞를 이동한 뒤 민간 어선을 타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24시간 언제든 신속한 출동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것뿐인가. 해경은 오락가락 발표로 불신을 키웠다. 처음 사고 신고 접수 시간을 오전 6시12분으로 발표했다, 얼마 안 돼 3분으로 앞당겼고, 다음날에는 다시 4분 줄여 오전 6시5분으로 정정했다. 늑장 대응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다.
해경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다소 억울해하는 눈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 관점에서 보자면 '불가피했다'는 말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해경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부활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모양새다. 지금이라도 변명 따위를 앞세우기보다 비판을 달게 받고, 철저한 조사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오죽하면, '해체'라는 뼈아픈 말이 다시 들리겠는가.
재조해경. 이 말에 얼마나 의지가 실렸는지, 진정성이 있는지, 스스로 부여한 소임을 잊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차고 넘친다. 국민이 묻는다. 해경 부활 이유를. 이맛살을 찌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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