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는 폐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EU는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안택순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EU조세 분야 비협조적 지역발표 관련 배경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안 정책관은 EU가 블랙리스트를 선정하기에 앞서 "우리가 레터(설명서)도 보내고 문제가 있다면 같이 토론해서 개선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외국인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를) 당장 내년 말까지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약속하라고 했다"며 "국익차원에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EU가 블랙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우리정부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인 폐지를 요구했기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안 정책관은 "(EU가 문제삼은)'유해조세경쟁' 부문은 OECD 등을 통해 우리나라 제도가 유해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최근 벱스(BEPS) 프로젝트 때도 우리나라 제도가 유해하다고 문제제기한 나라가 없었다"며 "국제적으로 유해하지 않다고 한 제도를, 우리가 유해하다고 전제해 (폐지를) 약속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안 정책관은 "금년 9월 OECD에서 벱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행평가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우리나라 외투지원제도는 유해조세경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며 "EU는 지난 2월 OECD와 G20 회의에서 OECD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그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명단을 발표한 것이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의 설명은 사전에 블랙리스트 지정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정책관은 '사전에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지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그와 관련해 우리도 몇차례 서한을 보냈고, 그쪽에서 실무자끼리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국과 함께 명단에 오른 곳은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그레나다, 괌, 마카오, 마샬제도, 몽골, 나미비아, 팔라우, 파나마,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이른바 선진국과는 거리가 있는 나라들이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이같은 상황을 연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주요국들은 빠지고 한국만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를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한편 정부는 조세회피처 또는 조세피난처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안 정책관은 "공식적인 용어는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tax jurisdiction)'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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