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맞는 교사' vs '인성 점수화'...상벌점제 폐지 찬반 공방

기사등록 2017/12/03 06:00:00 최종수정 2017/12/04 11:46:00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서울시특별시 교육청 감사관들이 31일 오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양의 모교인 청담고등학교 현장감시를 실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모든 의혹과 관련해 비리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하고, 특히 이번 사안을 계기로 출결관리 등 공정한 학사관리, 체육특기자의 대회 참여와 학습권 보장에 대한 제도 개선안 등도 추가로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모습. 2016.10.31. taehoonlim@newsis.com
서울교육청, 상벌점 폐지 학생인권종합계획 검토주제에 포함
 贊 "학생은 하나의 인격체...상·벌로 교육 바람직하지 않아"
 反 "교권침해 대응할 마지막 보루...학교 질서 붕괴될 수도"
 조희연 서울교육감 "새로운 학생지도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 상벌점제 폐지문제를 학생인권종합계획의 검토 주제에 포함시키면서 찬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3일 발표한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을 통해 '상벌점제도 문제점 개선 및 대안적 교육방안 마련'을 포함시켰다.  

 다만 당장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상벌점제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고 결과에 따라 폐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벌점제'란 2009년 체벌을 금지하면서 생활지도 대체수단으로 도입한 것으로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벌점을 주고 벌점 누적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는 지도 방법이다.

 지각하면 벌점 2점, 봉사하면 상점 2점을 주는 식이다.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을 체벌하는 대신 벌점 부여와 상담, 순화교육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며 칭찬받을 행동을 한 학생에게는 상점을 부여한다.

 학교 상벌점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별로 학교장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운영을 결정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 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교생의 67.2%가 자신의 학교에 상·벌점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교육청의 상벌점제 폐지 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 현장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평점이 나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해 모든 행동을 점수라는 칼날로 제한하는 게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한다.

 학생인권교육센터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준다면 상과 벌로 교육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200여명의 교감과 장학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을 때도 60% 이상이 상벌점제가 큰 효과가 없다고 한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 2014년 상벌점제를 폐지했으며 경남교육청과 강원교육청도 내년부터 상벌점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상벌점제 폐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에 맞춰 학교가 힘들더라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패턴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일부 학교도 개별적으로 상벌점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관악구에 있는 인헌고등학교는 상벌점제 폐지 안건을 놓고 다음주중 학생, 교원,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체벌없이 학생을 지도하는데 있어 상벌점제가 마지막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질서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지금 교육현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폭력과 교권침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학교폭력과 교권침해에 교사가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의 최후 보루라는 점에서 보다 실효적이고 확실한 대안도 없이 폐지부터 먼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부산에서 한 고등학생이 5교시에 등교한 것을 꾸짖는 50대 교사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교권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지역의 한 공립학교 교감은 "학생 인권이 워낙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교권 침해 역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상벌점제가 학생들에게 가하게 적용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역 학교 학생회장·부회장 7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상벌점제 폐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어본 결과 반대가 70% 정도로 많았다. 다만 회장·부회장 학생들에 대한 조사였던 만큼 전체 학생에 대한 대표성을 띈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교육청은 상벌점제 폐지를 검토 주제로 올려놓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 교원,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당장 상벌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대안 마련이 우선인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상벌점제를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비롯해 외국의 훈육 사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상벌점제 폐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상벌점제를 현상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상벌점제를 최후의 학생지도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갈수록 황폐화돼 가는 학교에서 새로운 학생지도가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