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발생시 수능 중단·재개 시험장별로 결정"…혼란 불보듯

기사등록 2017/11/20 14:15:37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 지진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17.11.20. park7691@newsis.com

 계량화된 진도 판단 수치 없어…감독관별 판단 다를 수도
 학교장이 고사장 총책임…지진으로 운동장 대피하면 시험무효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교육당국이 11·15 포항 지진으로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사흘 앞두고 여진이 발생하면 시험장별 감독관이 시험 중단과 재개를 판단하고 학교장이 고사장(학교)관리의 총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수능 시행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험생 59만명의 미래를 결정짓는 국가시험의 컨트롤타워인 교육부가 안정적인 수능 시행을 위해 이렇다 할 대책없이 학교장에게 여진 발생에 따른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만일의 사태가 발생시 학교현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시행 대책에 따르면 수능 당일 여진이 발생할 경우 수험생들은 재난 대응 메뉴얼에 따라 시험장에 배치된 감독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각 시험장의 감독관마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 정도(진도)에 대한 판단이 각기 다를 수 있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관이 객관적으로 진도를 판단할 수 있는 계량화된 수치가 없어 같은 학교라도 시험장별로 시험 재개·중단 시점이 다를 수 있다. 수능은 문제보다는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시험장별로 수험생들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교육부는 수능 당일 지진이 발생할 경우 기상청 비상 근무자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의 감독관 등에게 신속하게 가·나·다 3단계로 구분되는 지진 대처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가·나·다 단계를 구분하는 지진 진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 단계는 진동이 경미해 중단없이 시험을 계속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나 단계는 진동은 느껴지나 위협적이지 않아 일시적으로 책상 밑에 대피했더라도 시험을 재개할 수 있는 경우다. 다 단계는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될 때 통보되며 이때 시험장 내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한다.

 감독관이 다 단계에 따라 행동할 것을 지시할 경우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서로 수능 답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등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능의 공정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감독관마다 (진도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어 학교장을 고사장의 총 책임자(최종 결정권자)로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감독관마다 진도에 대한 판단이 다른 상황에서 학교장이 이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나·다 단계 중 한단계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수초를 다투는 재난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수능을 안정적으로 치르기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수능을 치르는 도중 지진이 발생해 다단계로 위험한 상황이 되면 운동장에 학생들을 얼마나 머물게 하고 향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한 메뉴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만 "수능날 지진으로 운동장으로 대피하면 시험은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또 "특정학교가 (대규모 지진으로 시험을) 못보게 되는 국가재난 사태가 발생하면 재시험을 치르도록 할 것인지,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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