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타인과의 교감 메신저···학습에도 유익"
반대 "이미 중독 심각···수업 집중도 떨어뜨려"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소지를 제한하는 조치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선하도록 경기의 모 중학교 교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교육감에게 도내 학교들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 규정을 점검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교육기관은 휴대전화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을 보고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교육공동체 안에서 토론을 통해 규칙을 정하고 이를 서로 지킴으로써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 휴대전화는 단지 통신기기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간 상호작용을 증대시키고 활성화시켜 사회적 관계를 생성·유지·발전시키는 도구"라며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체벌받지 않을 권리', '머리카락을 기를 권리'가 청소년인권의 핵심 쟁점이었다면 최근에는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권리'가 청소년들의 '숙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매년 인권위에 스마트폰을 교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들은 등교 때 혹은 수업 전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보관했다가 방과 후에 되돌려주는 식으로 학생들의 수업 중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한다. 그러나 갈수록 청소년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여부는 지역 간에도 편차가 있을 만큼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실제로 충청북도 내 학교들은 교육적 목적의 휴대전화 소지(사용)를 허용한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이 지난해 공포된 뒤 휴대전화를 별도 보관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반면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교내 휴대전화 사용·소지에 관해선 찬반 의견이 늘 충돌한다.
인권위는 헌법 제18조가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는 만큼 학생의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수업시간 중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제한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찬성하는 측에선 생활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가 통신 기능 이상으로 타인과 접촉하는 중요한 메신저로써 고립감을 해소하는 수단이란 점을 내세운다. 교내에서 학교폭력이나 위급한 사안이 발생하면 곧바로 부모에게 연락하고 신고할 수 있다는 점, 사용량·사용시간만 제한하면 수업에 실질적으로 방해가 되지 않는 점도 주장한다.
중학생 김민서(14)양은 "한 반에서 보통 80~90%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SNS나 게임 용도로도 쓰지만 인터넷강의나 숙제와 관련된 정보 검색 등 학습을 위해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선생님이 스마트폰을 수거하더라도 고학년 일수록 공기계(통신 개통이 안 된 휴대전화)를 대신 내는 경우도 많아 현실적으로 학칙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게임·인터넷 중독과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주의력 분산을 우려한다. 청소년들이 휴대전화로 수업 중 여러 장면들을 무단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하는 부작용과 스마트폰을 통한 SNS 집단 따돌림 등 사이버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도 폐해로 지적한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연령별(만 3~69세)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청소년이 30.6%로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5월 여성가족부의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학령전환기 청소년(초4·중1·고1) 가운데 인터넷 스마트폰 과다 이용으로 전문기관의 도움이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청소년은 20만2000여명으로 전체 청소년의 14%에 달했다.
교실 내 학생 인권의 인정 범위가 시대 변화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휴대전화 사용금지가 학생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인권위의 결정은 오히려 현실을 외면한 비교육적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적으로 우려할 만큼 위험한 수준인데 교내에서마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중독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자유만 중시하기 보다는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단톡방에서의 집단 따돌림처럼 피해 학생의 인권도 침해될 수 있는 부작용을 함께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대 서울YMCA 청소년활동부 지도자는 "인권위의 권고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청소년들의 인권에 타격을 줄만한 침해로 볼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건 교사가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일 텐데 대다수 학생들도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면학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 만큼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전 동의를 구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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