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검찰청 홈페이지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여전히 기승

기사등록 2017/11/19 10:17:05
 가짜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 만들어 보이스피싱 시도
 보이스피싱 범죄 지난해 주춤했다가 재차 '기승'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지난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에 있는 직장인 A(32)씨는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금융범죄 수사관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A씨에게 "당신 명의의 통장이 4000만원대 사기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A씨의 실제 주거래 금융기관을 언급하며 "지난 9월 개설된 당신 명의 통장이 피해자가 100여명에 이르는 물품사기에 이용되고 있어 공범이 아닌 것을 법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라며 "서울중앙지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라"고 요구했다.

 이 남성은 숫자로 이뤄진 인터넷 주소 '125.230.xxx.xxx'를 불러줬고, 이 주소로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는 실제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와 유사했다.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서울중앙지검 가짜 홈페이지. 실제 서울중앙지검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58'이지만 '양천구 신월로 380'으로 잘못 표기돼 있다. 현재 이 사이트는 폐쇄됐다. kjh1@newsis.com

 게시물을 클릭하면 실제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 게시물로 자동 연동되는 등 감쪽 같았으나, 실제 주소가 잘못 표기되는 등 허점도 있었다.

 이를 알아채지 못한 A씨는 지시에 따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사건을 조회했고, 문무일 검찰총장 직인과 서명이 찍힌 사건 내용이 나타나자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화기 넘어 남성이 "현재 A씨의 계좌에 보관 중인 금액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불러주는 계좌에 입금하라"라며 수상한 지시를 내리면서 범행은 들통났다.

 보이스피싱으로 판단한 A씨가 남성에게 "직접 검찰청으로 출두해 검사님을 찾아뵙겠다"라고 말하자, 수상한 남성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사건조회하자 나온 페이지. A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허위의 내용과 문무일 검찰총장 등 검찰 직원들의 서명이 허위로 찍혀있다. kjh1@newsis.com

  실제 홈페이지와 유사한 가짜 홈페이지, 일반인 입장에서 확인이 어려운 법적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하는 보이스피싱에 하마터면 돈을 잃을뻔한 사례다. A씨는 평소 언론보도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화를 면했다.

 하지만 이런 범죄에 대한 예방책 등 정보를 잘 모르고 있는 노인들은 범행 표적이 돼 쉽사리 돈을 잃고 있다.

 지난달 말 성남시에 사는 70~80대 노인 5명은 중국 보이스피싱에 속아 집에 현금을 보관했다가 모두 2억1000여만원을 도난당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이들의 돈을 훔친 일당과 중국으로 송금해준 환전상 등 모두 3명을 구속했다.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춤했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남부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5년 3175건에 피해액은 293억원에서 지난해 2407건 발생에 피해액 219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지난달 말일까지 3185건 발생, 피해액은 306억원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기관사칭형과 대출빙자형으로 나뉜다.

 기관사칭형은 금융정보가 유출됐다거나 범죄에 연루됐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 또는 예금 보호 목적으로 계좌이체·현금 인출 등을 지시한 뒤 이를 챙긴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80%에 달하는 대출빙자형은 금융기관·캐피탈 등 금융권 직원으로 사칭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조정비·수수료·신용등급 전산비·공증료 등을 챙기는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자뿐 아니라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여성도 속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절대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명심하고 수상한 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112에 신고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kjh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