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솔레어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기업투자서밋'(ABIS·ASEAN Business Investment Summit) 기조연설에서 대(對) 아세안 협력비전을 담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제시했다.
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은 문 대통령이 나흘 전 인도네시아에서 천명한 신(新) 남방정책을 구체화시킨 비전이다. '사람 중심의 상생 번영을 통한 평화 공동체 조성'이라는 신 남방정책의 개념적 골격은 같이 쓰고 있다.
그 위에 4대 중점 협력분야(교통·에너지·수자원·정보통신)로 경제협력을 이뤄나간다는 맞춤형 세부적인 전략을 덧붙인 게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아세안 협력기금 수준을 2년 내에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400만 달러로 확대하고, 한·메콩 협력기금은 현재의 세 배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4개 중점 협력분야 지원을 위해 별도로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2022년까지 1억 달러를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미래공동체 구상과 신 남방정책에는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 이른바 '3P(People·Prosperity·Peace)'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 잘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천명한 신 남방정책과 미래공동체 구상의 핵심 개념이다.
아세안 공략의 후발주자로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고,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는 자신의 국정철학에서 해답을 찾았다. 물적 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입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지점은 사람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한류 콘텐츠에 근간이 되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적극 교류하고,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아세안 국가에 이식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사람 중심' 접근법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물량공세를 한류 문화 콘텐츠 등의 소프트 파워로 이겨낼 수 밖에 없다는 한계 인식도 함께 녹아 있다.
반대 급부로 우리는 아세안의 풍부한 노동력과 물적 자원을 활용해 아세안 교역에 있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러한 목표가 제대로 구현될 경우 6억 명이 넘는 아세안의 시장을 적극 개척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사람 중심'이라는 자신의 국정 철학을 억지로 아세안 전략에 끌어다 붙인 것은 아니다. 아세안은 중장기 비전 속에 사람중심의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세안은 2015년 '하나의 정체성과 비전'이라는 모토로 '아세안 공동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정치안보 공동체 ▲경제 공동체 ▲사회문화 공동체 등이다. 특히 사회문화 공동체 속에 사람 중심의 교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문 대통령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른바 '사람 중심의 아세안'이라는 개념은 '아세안·정치안보 공동체(APSC) 비전 2025'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아세안 국가끼리의 진정한 연계성의 완성을 위해 사람 간의 활성화가 불가피하며 사회문화 공동체 속에서 인적자원 개발과 노동인력의 이동이 통합의 최고 단계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국정철학이 아세안이 추구하는 '사람 지향, 사람 중심'의 공동체 비전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아세안 국민들이 직접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한-아세안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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