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박정희 동상' 기증식 몸싸움까지…"원조적폐" vs "종북좌빨"

기사등록 2017/11/13 15:09:51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동상건립추진모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리고 있다. 2017.11.13. photocdj@newsis.com

"시민들이 박정희 대통령 정신 계승하는 데 동상 필요"
절차 문제 있어 동상 건립은 못하고 일단 기증서 전달
마포주민 등 100여명 "헌정질서 파괴주범 동상이 웬말"
'쌍방폭행'으로 시민 2명 현행범 체포…합의 후 귀가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고, 동상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이에 항의해 기증식은 소란 속에 진행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기념재단)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기념·도서관)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을 개최했다. 오는 14일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이다.

 기념재단은 시민단체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동건추)으로부터 동상을 기증받아 기념관 정면에 건립할 예정이다.

 동상은 4m20㎝ 높이로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만든 김영원 조각가가 만들었다. 김영원 조각가는 "청동 1t이 들었으며 5개월 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린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박정희동상설치저지마포비상행동 등이 동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11.13. photocdj@newsis.com


 동건추는 "박정희 대통령 100돌을 맞아 박정희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기념재단에 동상을 기증한다"며 "많은 시민이 박정희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관리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기증식에서는 동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기념재단은 당초 이날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절차 문제가 지적되자 기증서만 전달했다. 기념도서관은 시유지를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어 조형물을 세우려면 서울시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조우석 동상건립추진모임 회원(KBS 이사)은 "지난해 5월 모임을 발족해 당해 11월 동상 제작을 했다"며 "서울시 협의가 충분치 못해서 협의를 하기로 했고 기증식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념재단 측은 동상 건립식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좌승희 기념재단 이사장은 기증식에서 "전세계 어디를 가도 대통령기념관에 동상이 없는 곳이 없고 김대중, 노무현 기념관에도 동상이 있어야 제대로 된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진영 논리에 따라 반대하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선진 시민들이 해야할 일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박정희기념도서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소란이 벌어졌다.

 기증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상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종북좌빨 물러가라'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이들에게 "좌파" "XX" "빨갱이"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한 시민이 거칠게 항의해 노 의원이 경찰의 보호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대한애국당 등 보수단체 측에서 200여명이 기증식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린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경찰 병력을 사이에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11.13. photocdj@newsis.com

 찬성 측과 반대 측 참가자들의 충돌도 발생했다.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8분께 반대집회에 참석한 윤모(53)씨와 기증식 참가자 박모(40)씨가 서로의 목 부위를 손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서로 합의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마포 지역주민들이 조직한 '박정희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반대 시위를 열고 기증식 내내 "설립을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100여명의 반대 시위 참가자들은 '차라리 황국 군인 동상을 세워라' '헌정질서 파괴주범의 동상이 웬말이냐'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촛불시민혁명으로 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원조 적폐인 박정희 동상을 서울시민의 땅에 세우겠다는 준동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여러 수단을 통해 기필코 저지하겠다"며 "기념재단이 박정희 동상 설치 심의를 요청할 경우 서울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동상 설치를 불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기증식이 끝난 뒤에도 동상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몸싸움이 잠시 벌어졌으나 경찰들에 제지당했다.

 경찰은 1개 중대 8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시민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jabi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