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서 지난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 방문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거듭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갈라 만찬에서 여러 대통령들 앞에서 DMZ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봐서 아쉽다는 얘기를 했고, 문 대통령도 함께 그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당시의 순간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7일 단독 한·미 정상회담 끝무렵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 방문 계획여부를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거꾸로 조언을 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방문한다면 동행하겠다고 제안해 한·미 정상의 DMZ 방문이 결정됐다.
문 대통령을 태운 전용헬기는 이튿날인 8일 오전 7시1분에 청와대 경내 헬기장에서 이륙했다. 이륙 14분만인 7시15분께 파주 인근을 지났다. 북상할수록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점을 감안해 인근 항공부대 헬기장에 착륙했다.
문 대통령은 헬기 안에서 경호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30분을 기다렸고 7시45분께 차량을 이용해 이동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미국 측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용산기지에서 막 이륙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분 뒤인 7시55분께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일산 상공에서 회항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안개가 짙어 더이상의 항공운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차를 멈추고 현장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임종석 비서실장, 박수현 대변인과 논의 끝에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DMZ에 도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대로 청와대로 복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5분 여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 대통령 단독으로라도 DMZ 방문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방한 중인 국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기수를 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일단 미국 측으로부터 연락이 올 때까지 차량으로의 이동을 재개했다. 약 20분을 달린 끝에 8시16분께 공동경비구역(JSA) 내 감시초소(OP) '올렛'에 도착해 휴전선 너머 전방을 살핀 뒤 근무 중인 장병을 격려했다.
미국 측은 이 시점부터 10분 간격으로 3~4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복귀하지 않고 용산기지에서 대기한 채로 기상상황이 풀리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내용의 연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니 호텔로 복귀하자는 참모들의 잇단 건의에도 "10분 만 더 기다리자"며 DMZ 방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9시5분께 트럼프 대통령의 이후 일정에 대한 차질이 예상되자 미국 측은 DMZ 방문의 최종 불가입장을 알려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차량을 통한 청와대 복귀를 결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긴박했던 상황전개, 안개를 뚫고 가야하는 긴장감, 제 시간에 차량을 도착시켜야 한다는 강박감,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대한 감사, 결국 도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허탈감 등이 교차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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