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등은 최근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리스크가 한중 관계 개선으로 해빙 모드를 맞았지만 이를 교훈 삼아 중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등 매출 다각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뷰티업계가 글로벌 시장 가운데 힘을 쏟고 있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명의 인구 대국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어 '할랄 화장품 시장'의 핵심 지역이다. 할랄 화장품 시장은 100조 이상의 큰 시장이지만 까다로운 '할랄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5년을 기점으로 젊은 연령대의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화장품 소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허유진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은 "인도네시아는 브랜드 이미지에 매우 민감하며 싱가포르, 홍콩, 한국의 패션과 화장품 트렌드를 따라하려는 성향이 있어 이들 국가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들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인 만큼 할랄 인증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사업을 집중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동남아시아 매출액은 1억3300만달러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호찌민에 이니스프리 브랜드숍 베트남 1호점을 연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호점을 여는 등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1호점이 들어선 호찌민 '하이바쯩 거리'와 인도네시아 1호점이 있는 자카르타 '센트럴 파크' 모두 쇼핑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하루에 다섯번씩 얼굴을 씻고 기도하는 풍습이 있는 무슬림 여성들을 위해 '딥 클렌징'(강한 색조의 화장을 지워내는 작업)이 필요없는 화장품을 선보이는 등 '할랄 화장품'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또 아세안 지역의 수요에 대응하기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비중을 낮추는 대신 베트남과 인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1998년 3월 베트남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LG생활건강의 해외사업 매출은 전체의 15.3%인데 이 중 중국 비중이 40%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LG생활건강은 베트남에서 화장품 브랜드 판매망을 늘리면서 베트남 매출이 해외 매출의 5~6%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후'와 '오휘'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인 후 베트남 고급화장품 시장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들 제품은 호치민시와 하노이시의 주요 백화점 등에서 23곳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또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2005년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6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요 도시인 다낭에 3개 매장을 오픈했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전문회사인 코스맥스는 자회사 코스맥스인도네시아를 통해 할랄 화장품 생산하고 있다.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지난해 3월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로부터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았다.
코스맥스는 로레알, 유니레버 등의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무스티카 라티유, 조야 코스메틱 등 현지 10대 브랜드에 할랄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을 교훈삼아 최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할랄시장에 진출하거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뷰티업계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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