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립 등 할리우드 스타들, '성추행' 와인스타인 비난

기사등록 2017/10/10 09:17:07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면서 자신이 설립한 제작사 와인스타인 컴퍼니로부터 해고 당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3월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는 와인스타인. 2017.10.09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미국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 등이 지난 수 십년에 걸쳐 성추행을 벌여온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난하고 나섰다.

 스트립은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관련 보도를 보고 놀랐다면서, 그의 비행을 폭로한 여성들을 '영웅'으로 부르며 칭송했다.

 스트립은 "하비 와인스타인에 관한 수치스런 뉴스는 그와 작업했던 사람들, 그가 지지했던 선의와 가치있는 대의명분을 함께 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또 "학대를 폭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용감무쌍한 여성들이야 말로 우리의 영웅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스트립은 그러면서도 "한가지 분명히 할 수있는 점은 모두가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알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비는 맹렬하게 일했다"며 "(그 때문에)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나와 일하는 동안에는 젊잖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과 프로패셔널하게 일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스트립은 "나는 그의 비행을 몰랐다. 그가 (성추행 피해) 여배우 및 직원들과 돈으로 합의한 것도 몰랐다. 그가 호텔방에서 (피해자들을) 만나고 부적절한 강압적 행동을 한 것도 몰랐다"며 "만약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면 연예계의 탐사 보도 기자들과 정통 언론들이 지난 수 십년 간 보도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말했다.

 스트립의 이같은 발언은 할리우드를 이끄는 유명 배우, 제작자들이 왜 와인스타인의 비리에 입을 다물고 있었느냐는 지적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스트립은 지난 2012년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배급한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수상소감에서 그는 하비 와인스타인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스타일에 대해 농담을 하면서 그를 '신(god)' '처벌자(punisher)'로 지칭한 적이 있다. 미 영화계에서 와인스타인의 불같은 성격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영국 여배우 에마 톰슨 역시 와인스타인의 비행이 폭로된데 대해 환영 입장을 나타내면서 "남성의 포식자 행동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줄리언 무어, 마크 러팔로 등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이번 사태에 유감을 나타냈다고 CNN, BBC 등은 보도했다.

 한편 영국 일각에서는 지난 2004년 엘리자베스 2세가 와인스타인에 내린 명예작위(CBE)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BBC에 전했다. 그러면서도 작위 문제는 총리 권한이 아니라고 밝혔다.

 와인스타인의 비행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와인스타인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많은 여성들을 성추행했으며, 심지어 유명 여배우인 애슐리 저드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저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와인스타인이 일때문에 자신을 부른 줄 알고 호텔방에 가보니, 목욕가운만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신체접촉을 요구해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자신에게 "내가 해주는 마사지를 받을래, 아니면 내가 샤워하는 걸 지켜볼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전직 여직원 한 명은 "회사 내에 (성적으로) 유독한 환경이 존재했다"고 비난했다.

  와인스타인은 미라맥스, 와인스타인 컴퍼니 등을 설립해 수많은 걸작 및 문제작들을 제작, 배급한 할리우드의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이다. 불같은 성격과 앞뒤 가리지 않는 추진력으로 유명한 그는 '와호장룡' '갱스 오브 뉴욕' '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수많은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을 제작했다.

 와인스타인은 이같은 기사가 나간 당일 사과성명을 발표했으며, 다음 날인 지난 6일에는 무기한 휴직의사를 밝혔다. 이사진의 약 3분의 1도 회사 추문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8일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설립자이자 공동 회장인 하비 와인스타인을 해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하비 와인스타인의 남동생인 로버트(밥) 와인스타인을 비롯해 랜스 메이로프, 리처드 쾨니스버그, 타락 벤 아마르 등 경영진의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수일간 하비 와인스타인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옴에 따라, 경영진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고용을 즉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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