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와 회의를 마친 뒤 언급한 "폭풍 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the calm before the storm)"이라는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CNN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군 수뇌부와의 회의에서 거론했던 북한, 이란,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 중에서 타깃이 어디냐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과 같은 미국의 적들에게 쓸데없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한반도 북핵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만찬에 앞서 군 수뇌부와 그 배우자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라는 애매한 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아마도 그것은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그 발언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이 몰아치기 전까지는 고요하고, 고요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들은 재차 폭풍이라는 게 이란이나 IS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방에 세계 최고의 군인들을 두고 있다. 나는 당신에게 그것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멋진 저녁을 먹을 것이다.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다시 그 발언의 의미를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앞으로)알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말을 돌릴 뿐이었다.
그러자 기자들은 힌트라도 달라고 또 다시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질의응답을 끝내버렸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일부 언론에서는 이란과의 핵협정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미 언론들이 잇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주에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할 것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군 수뇌부와의 회의에서 "이란 정권은 테러를 지원하고 중동 전역에 폭력과 혼란을 수출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한 판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속적인 침략과 핵 야욕을 종식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은 곧 이란에 관해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들버리대 비확산연구소 동아시아 담당 제프리 루이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적들에게 대통령이 결코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이스 국장은 트위터에 "이것은 잘못된 시기에 만들어진 쓸데없는 위협의 일종으로, 한반도에 대한 예기치 못한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제발 (그런 발언을)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 수뇌부와 회의에서 이란 뿐 아니라, 북한과 아프가니스탄, IS 등에 대해 다양하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는"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IS, 그리고 전세계의 이익을 위협하는 수정주의 세력과 같이 우리가 오래전부터 돌봐야 했던 도전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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