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의자 과도한 접견 제한 인권침해"

기사등록 2017/09/25 10:10:04
인권위 "구속 피의자 접견 금지시 사유·불복 방법 등 서면 고지해야"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구속 피의자에 대해 가족 등의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비변호인과의 접견 등을 금지할 경우 구속 피의자에게 구체적 내용과 접견금지 사유, 불복의 방법을 서면이나 휴대전화 문자전송 등의 방식으로 고지하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마약사건으로 체포된 이모씨는 "담당 경찰관이 접견을 금지시켜 유치장에 구금됐다"며 "경찰 조사를 받는 열흘간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과의 접견 제한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경찰관은 이씨가 여러가지 증거에도 불구하고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모의 가능성을 우려해 접견을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마약 사용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던 이씨의 친구와 가족이 서로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가족을 포함한 비변호인과의 접견을 정당하게 제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공모나 증거 인멸에 관한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접견 제한 조치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적시하지 않은 공문으로 실제 접견 제한을 시킨 하루 뒤 유치인 보호 담당자에게 통지하는 등 적법절차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유래하는 피의자의 비변호인 접견교통권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의 비변호인 접견 제한 관행으로 인권침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찰청장에게 비변호인 접견 제한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세부내용으로 ▲비변호인 접견제한이 최소한 책임 있는 경찰공무원에게 결정되도록 내부결재 절차 개선 ▲접견 제한 사유를 피의자 본인 또는 가족에게 구체적으로 통지 ▲형사소송법(제417조 규정)에 따른 관할 법원 준항고 구제 절차 안내 고지 등이다.

 인권위는 "구금된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가족이나 친구 등 도움 없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비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사실상 헌법 제12조의 자기방어권, 변호사 선임권의 실질적 보장 장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수사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경우 가족과의 접견까지 제한되면 제3자로부터 정서적·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