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양이 목포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3일 오전 8시5분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내에서 은화·다윤양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여전히 유해를 찾지 못한 5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 등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헌화와 묵념이 이어졌다.
두 학생의 유해가 든 관과 영정 사진 옆에는 '은화야, 다윤아, 엄마·아빠가 사랑해'라는 글이 적힌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영결식을 담담하게 지켜보던 다윤양의 어머니는 딸에게 헌화하는 순간,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비틀거리며 혼자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해 남편의 부축을 받았다. 딸의 영정 사진을 만지고 또 만졌다.
딸의 영정과 관이 차량에 안치되자, 은화양의 어머니도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딸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남아 있는 5명의 미수습자 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울며 인사를 나눴다.
두 학생을 실은 차가 세월호 앞을 지나 목포신항을 빠져나갔다. 100일 넘도록 세월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작업자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수만 개의 노란 리본이 묶여있는 북문 앞에서 은화와 다윤양의 부모는 그 동안 자신들을 챙겨준 자원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조심히 올라가세요',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는 말이 오가는 사이 다윤양의 어머니는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차가운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오는데 3년이 넘게 걸렸건만 세월호와의 작별은 40분이 채 넘지 않았다.
은화와 다윤양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24일까지 서울시청 본청 다목적홀에서 이별식을 갖는다. 가족들의 뜻에 따라 정식 장례식은 치르지 않는다.
이별식을 마치면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유골을 안치하고 가족들이 희망하는 장지에 유해를 안장할 예정이다.
은화양의 유해는 지난 5월13일 세월호 4층 선미 좌현에서, 다윤양은 5월16일 선체 3층 객실 중앙부 우현 측에서 발견됐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애초 9명이 모두 수습되면 함께 장례를 치를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두 학생의 가족들은 "은화와 다윤이를 목포신항의 차디찬 냉동고에서 평온한 곳으로 떠나보내려고 한다. 9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돌아올 때까지 목포신항에서 함께하기로 약속했었다. 아직 다섯 명이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제는 은화와 다윤이를 평온히 보내야 할 때라는 어려운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매일 은화와 다윤이가 있는 냉동고 앞을 지나고, 그 냉동고를 돌리는 기계소리에 심장이 타들어가는 마음이었다"며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나 1000일이 넘게 진도 앞바다와 세월호에, 수습이 된 후에도 100일이 넘게 차가운 냉동고에 있는 은화와 다윤이를 생각하며 무겁게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엇보다 저희들이 괴로웠던 것은, 아직 수습되지 못한 다섯 분 가족들의 고통"이라며 "누구보다도 그 처절함을 경험했기에 나머지 미수습자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큰 죄를 짓는 것 같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은화양과 다윤양을 비롯해 단원고 체육교사 고창석씨와 이영숙씨의 유해는 확인됐다.
남은 미수습자는 단원고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 등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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