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 메디아트 대표 등 IT·예술·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9명이 쓴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이 출간됐다. 담론이 아니라 실체로서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구체적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7'이 열린 베를린 전시장에서는 전시회 기간 내내 "오케이 구글", "알렉사"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작 이 음성 소프트웨어를 만든 구글과 아마존의 부스는 없거나 아주 작았다. 아마존과 구글의 음성비서들은 LG전자, 필립스(Phillips), 보쉬(Boche), 밀레(Miele), 지멘스(Siemens) 등 세계 유수기업들이 세운 대형 부스 곳곳의 냉장고, 청소기, 전등, 자동차 부품 속에서 목소리에 반응했다.
2017년 전 세계 IT업계 최대의 화두인 '보이스 인공지능'의 모습이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한국 IT 기업들이 아직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각기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서둘러 내놓고 있는 이유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인간의 목소리라는 명령에 반응하고, 목소리에 든 데이터를 수집한다. 10년 전인 2007년 탄생한 애플의 아이폰은 사람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공간과 습관을 일거에 뒤바꿔 놓으며,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시대를 열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산업 지형과 기업 순위가 바뀌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은 단기간에 인터넷의 이용 방식을 변화시켰고, 미디어, 금융, 상거래,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영역을 휩쓸고 있는 거센 폭풍의 진원지로 기능했다. 그 과정에서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생태계의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제는 아마존 알렉사를 필두로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삼성 빅스비뿐만 아니라 네이버 라인의 클로바, 카카오 아이, 그리고 SK텔레콤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이 보이스 플랫폼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 뛰고 있다. 누가 승리할 것인가?"'보이스 인공지능 서비스 전쟁' 중에서)
"아마존은 음성비서의 뛰어난 점이 '편재성(ubiquity)'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목소리로 명령을 전달한다는 것은 굳이 좁은 스크린을 찾아 가거나 손에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 전체에 컴퓨터가 존재해야만 했다. 이를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360도로 배열된 일곱 개의 마이크를 탑재한 원통형 스피커이다. 손을 대지 않고 목소리로 기계를 깨우는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컴퓨팅을 가능하게 했다."(보이스 전쟁에 뛰어든 키 플레이어들 '시리, 왕좌를 내어주다' 중에서)
아이폰이 열어젖힌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명령을 수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흐른 지금, 폰을 손으로 집어들 필요조차 없이 말로써 요청하면 쇼핑은 물론 메신저 보내기, 가전제품 제어까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세상을 '보이스 퍼스트 월드(Voice First World)'로 명명됐다.
저자들은 보이스 퍼스트가 불러올 미래 삶의 변화와 그 사회적 함의를 논했다.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타이핑에서 터치로, 보이스로 진화하게 됐는지, 목소리로 사물을 제어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음성을 데이터화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등을 여러 자료들을 통해 분석하고 토론했다.
저자들은 "이번 책을 시작으로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류 삶의 양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기술 발전 양상과 그에 따른 사회적 함의에 관해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그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240쪽, 아마존의나비,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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